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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막힌 민주당, 의총서 국회 보이콧 결의

중앙일보 2013.11.29 00:47 종합 5면 지면보기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한 강창희 국회의장(오른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새누리당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하자 민주당이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29일부터)으로 맞서 국회가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여당, 황찬현 임명안 단독 처리 파장
강창희 의장, 국회 관례 들어 표결
야당 투표지연 우보전술도 안 먹혀



 국회는 이날 재적의원 300명 중 159명이 참석한 가운데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 찬성 154표, 반대 3표, 무효 2표로 가결시켰다. 새누리당은 정두언 의원을 제외한 154명의 의원이 참석했고, 강창희 국회의장과 무소속 안철수·박주선·문대성·현영희 의원 등도 표결에 참여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해석 싸움에서 민주당에 완승했다. 오후 3시 본회의가 열리자 강 의장은 “감사원장의 공백이 94일째 이어지고 있어 국정에 많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동의안을 상정했다. 앞서 오전 감사원장 인사청문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 없이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상태였다.



 이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라는 반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106조의 ‘무제한 토론 실시’ 조항이다. 이에 따르면 본회의 안건에 대해 재적 의원 3분의 1(100석) 이상이 요구하면 국회의장은 시간 제한이 없는 무제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서 본회의 직전 민주당이 소속 의원 127명 전원 명의로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을 때만 해도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19분짜리 연설 이후 49년 만에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가 재현될 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러나 강 의장은 인사청문심사 경과보고가 끝나자 “무제한 토론 요청이 제출됐지만 인사 관련 안건은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국회의 오랜 관례”라며 표결 실시를 선언했다. 허를 찔린 민주당 의석에선 “날치기예요, 날치기”(서영교),“어떻게 관례로 국회법을 짓밟아요”(은수미),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돼요”(홍익표)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의장석 아래까지 다가가 강 의장에게 연신 손사래를 치며 항의했다. 반면에 새누리당 의석에선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으냐”는 야유가 나왔다.



 민주당의 우보(牛步) 전술인 투표 지연전도 먹히지 않았다. 오후 3시25분쯤 새누리당 의원들이 투표를 다 마치자 강 의장은 투표 종료 선언을 위해 의원들에게 “투표 다 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안 했어요”라고 했다. 강 의장은 처음엔 “그러면 빨리 투표하세요.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강 의장이 다시 투표 종료를 물었을 때도 민주당 의원들은 “안 했어요”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강 의장은 세 번째로 “투표 다 하셨죠”라고 물은 뒤 “그러면 투표를 마치고 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밀어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투표용지 받았는데 못 하게 막는 게 어디 있느냐”고 고함을 쳤지만 개표 절차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날 회의장에선 과거 보여왔던 의장석 점거나 몸싸움과 같은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사람을 상해하거나 다중의 위력을 보일 경우 등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이 조항에 걸리면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다.



 준비했던 ‘필리버스터 카드’가 무산되고 선진화법의 물리적 충돌 금지 조항에 막힌 민주당은 표결 직후 긴급 의총을 연 뒤 국회 보이콧을 결의했다. 김한길 대표는 “민주당은 야당과 민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안하무인식 의회 폭거를 대하면서 의회 일정에 임하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따라 29일부터 의사일정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29일 다시 의총을 열지만 온건책으로 선택을 바꿀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새누리당의 표결 강행에 대해 당 내 강경파가 격앙한 데다 필리버스터 작전에서 허를 찔린 당 지도부에 대한 내부 불만까지 겹쳐 지도부의 운신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의총에선 “사실상 원내지도부가 협상을 못해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 아니냐” “문형표 장관 거취 문제를 이유로 황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안 하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됐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김정하·이소아·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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