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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여부' 밝힌 문서 관리기구 만들기로

중앙일보 2013.11.29 00:43 종합 8면 지면보기
정부가 초안을 내놓은 연명의료결정법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건은 2009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진입하고,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사전의료 지시가 있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 이후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정부가 나섰고 지난 7월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것이 정부의 법률 초안에 담긴 것이다.


복지부 '존엄사 제도화' 초안
연명치료 중단할 상황 오면
환자 뜻 따를 수 있게 확인

 법률안은 환자가 죽음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결정권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 핵심 장치로 내세운 게 사전의료의향서다. 환자가 건강할 때나 입원했더라도 의식이 뚜렷할 때 연명의료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 문서다. 의향서를 써놨으면 의사에게 내용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고, 의사가 연명의료 결정에 반영하도록 규정했다. 복지부는 이 의향서를 관리할 별도 기구를 둘 방침이다. 여기서 관리하다 연명의료를 중단할 상황이 오면 확인해주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할 때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는 경우가 별로 없다. 중병에 걸려 입원했을 때라도 이런 걸 작성해야 한다. 법률 초안은 환자가 요청하면 의료진이 상담에 응하도록 했다. 하지만 말기 환자가 그런 요구를 하는 경우 역시 드물다. 가족도 그 얘기를 꺼내지 못한다. 의사도 환자에게 권하기 쉽지 않다. 의사가 적극적으로 그리 할 유인도 없다. 복지부 오진희 생명윤리정책과장은 “병원에 상담 수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해울의 신현호 대표변호사는 “법률이 만들어지면 그걸 근거로 연명의료 중단 얘기를 좀 더 쉽게 꺼낼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률 초안은 가족끼리, 의사와 가족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 병원윤리위원회를 활용해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위원회가 제대로 굴러가는 곳은 대형 대학병원 정도밖에 없다. 신 변호사는 “지방 중소병원은 윤리위 구성도 어렵고 회의 소집에도 시간이 걸려 시급한 안건을 다루기는 적합하지 않다”며 “차라리 사후에 심사를 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연명의료 중단과 동전의 양면 같은 제도가 호스피스(완화의료)다. 하지만 5년째 시범사업만 할 뿐 확산하지 않고 있다. 병원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연세대 손명세 보건대학원장은 “정부가 나서 병원들의 호스피스 병동 건설을 도와주고 필요하다면 운영비를 지원해야 죽음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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