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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대리투표 … 대법원, 상식을 택했다

중앙일보 2013.11.29 00:33 종합 12면 지면보기
대법원은 상식을 선택했다. 법 규정이 미흡하더라도 정당 내 선거 역시 선거의 4대 원칙(보통·평등·비밀·직접선거)에 따라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죄 확정 … "당내 경선도 직접·비밀·평등·보통 4대 원칙 지켜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8일 지난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전 통진당 조직국장 이모씨 등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 인천지부장 황모씨에게도 원심대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의 쟁점은 공직선거 후보자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도 선거의 4대 원칙이 적용되는가였다. 일부 통진당원이 선거권을 가진 다른 당원으로부터 전자투표 시스템 접속을 위한 인증번호를 넘겨받아 대신 투표했다는 사실은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피고인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은 선거법과 정당법 규정을 들며 당내 경선은 다른 선거와 다르다는 주장을 폈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에 대해서는 4대 원칙 준수 의무가 명시돼 있지만 당내 경선의 경우 헌법과 선거법, 정당법 어디에도 이를 지켜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거였다. 이들은 또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 상대 당 주요 후보와 상대할 사람을 경선 없이 중앙당이 지명하는 전략공천이나, 여성 후보자에게 우선순위를 주는 배려 등도 4대 원칙을 위반하는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당의 자율성을 폭넓게 허용한다”는 이유로 그런 관행을 용인하고 있는 만큼 대리투표도 허용될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통진당이 도입한 허술한 전자투표 방식이 문제이지 이를 이용한 당원들은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통진당은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 등 높은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투표 참여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대신 인증번호를 휴대전화로 받아 입력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인증번호만 건네받으면 얼마든지 대리투표가 가능했다. 당이 어느 정도 대리투표를 감수할 생각이었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전국적으로 검찰이 기소한 대리투표 가담자는 510명. 이들의 재판을 나눠 맡은 재판부의 대부분은 피고인 측 주장을 일축했다. 일단 1심 선고가 난 36명(11건)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초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송경근)가 45명에 대해 한꺼번에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송 부장판사는 피고인 측 주장을 모두 수용하면서 “당내 경선은 4대 선거원칙 준수 의무가 없는 만큼 이를 전제로 한 업무방해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4대 원칙은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정당의 비례대표 경선에서도 당연히 적용돼야 할 원칙”이라며 “전국의 모든 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나왔는데 유독 중앙지법에서만 무죄로 판단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정치권과 네티즌도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도 선거 4대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례대표 후보자가 되면 국회의원 당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경선의 민주성 확보가 꼭 필요하다”며 “4대 선거원칙은 당내 경선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법 규정이 미비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정당법에 대의기관의 결의 과정에서 대리인에 의한 의결은 분명히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통진당의 허술한 전자투표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인증번호를 받은 사람만 시스템에 접속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중복투표나 대리투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 남부지검장을 지낸 고영주 변호사는 “일부 판사의 편향된 시각에서 내려진 판결이 대법원에서 바로잡혀 다행”이라 고 평가했다.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이헌 공동대표는 “당연한 국민적 상식이지만 이런 혼란을 막고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선 차제에 선거법과 정당법 등 관련 법을 정비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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