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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사람 존중해 '두산답다'는 프런트가 … 두산답지 못한 감독·고참 방출

중앙일보 2013.11.29 00:28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식
문화스포츠 부문 기자
2011년 8월. 두산그룹은 두산 베어스 김승영(55) 단장을 사장으로, 김태룡(54) 운영본부장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이 인사는 ‘두산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20년 이상 야구단에서 전문성을 발휘한 이들을 승진시킨 것에 칭찬이 쏟아졌다.



 2013년 11월 27일. 두산은 김진욱(53)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감독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역대 최다인 16경기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수장을 내쳤다. 후임은 1군 지도자 경험이 없는 63세 재일동포 송일수 감독이다. 그룹의 뜻이 아니라 김 사장과 김 단장의 결정이라고 한다.



 두산 구단은 “김 감독이 좋은 인품을 갖췄지만 큰 경기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경질 사유를 설명했다. 두산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로 앞서다가 5~7차전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우승이 눈앞까지 왔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김 감독 지도력에 의문을 품을 만한 장면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두산은 2011년 10월 김 감독을 선임했다. 두산에서 성장한 인물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 인사도 ‘두산답다’는 평가를 들었다. 김 감독을 선임한 김 사장과 김 단장은 그들이 단행한 인사를 2년 만에 부정했다. ‘강한 프런트(front·구단 운영진)’를 주창하는 두산은 부진(준우승)의 책임을 감독에게 돌렸다. 감독이 잘못했다면 감독을 임명한 인사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건 상식이다.



 이에 앞서 이종욱·손시헌·최준석(이상 FA 이적), 임재철·이혜천(이상 2차 드래프트 이적), 김선우(방출) 등 30대 베테랑들이 두산을 떠났다. 김태룡 단장은 “올해 준우승했다고 내년에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 개혁해야 한다. 나름대로 확신을 갖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두산 구단은 선수단에 강한 충격파를 줬다. 우승하지 못하면 감독이 바뀌고, 나이 든 선수는 언제든 내보낼 수 있다는 메시지다.



 내년에 두산이 우승을 할 수도 있다. 김 사장과 김 단장은 올겨울을 떠올리며 자축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 먼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감독과 선배들을 떠나보낸 젊은 선수들은 내년엔 꼭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훗날 자신도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핵심가치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선수단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독선적이다. 두산이 추구하는 ‘강한 프런트’는 입김이 세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프런트가 진짜 강한 프런트다.



김식 문화스포츠 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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