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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식품·의약 따라잡기 ⑤ 햄버거의 세계

중앙일보 2013.11.28 00:10 경제 10면 지면보기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패스트푸드 대명사, 햄버거(hamburger)는 두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비만 유발 식품이란 부정적인 평가도 듣지만, 만들기에 따라 간편 다이어트 식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전통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영업점뿐만 아니라 최근엔 수제 햄버거 전문가게도 생기고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소비자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불고기버거·김치버거 등 종류도 다양해졌죠. 햄버거의 세계로 들어가보겠습니다.


햄버거 뿌리는 몽골 초원 … 다진 양고기, 패티의 원형

햄버거는 미국과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음식이다. 미국인 1명이 매년 가정에서 12개, 레스토랑에서 30.5개의 햄버거를 만들거나 사서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NPD 그룹 2009년 통계). 하지만 햄버거의 뿌리는 미국이 아니라 몽골 초원이다. 드넓은 초원에서 말과 양을 키우며 살던 몽골인들은 양고기를 갈거나 다진 뒤 말 안장에 싣고 다녔다. 허기가 지면 고기를 굽지 않고 소금이나 후추를 뿌려 먹었다. 몽골인의 다진 고기는 햄버거 패티(patty)의 원형인 셈이다.



 몽골 칭기즈칸의 손자인 쿠빌라이 칸 시대 바쿠 장군은 말안장에 양고기를 넣고 다니면서 러시아를 점령했다. 이후 타타르인과 러시아인들은 다진 고기에 양파·달걀·소금·후추를 넣어 먹었다. 이 음식명이 타타르 스테이크다. 타타르는 중앙아시아를 누빈 기마(騎馬)민족이다. 타타르 스테이크는 14세기에 독일에 전파됐고, 당시 독일 무역의 중심도시였던 함부르크(Hamburg)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햄버거란 이름의 유래가 이 함부르크에서 왔다는 가설도 있다.



# 햄버거의 역사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식당에서 일하던 한 요리사는 밀려오는 인파로 바쁜 나머지 고기를 둥근 빵에 끼워 팔았다고 한다. 오늘날 햄버거 빵인 ‘번(bun)’에 고기인 ‘패티’를 끼운 햄버거의 원형이란 설이 있다. 박람회에선 아이스크림콘도 처음 등장했다. 그릇 없이 박람회장을 구경하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한꺼번에 둘이나 탄생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엔 미국에서 햄버거를 살리스버리 스테이크(Salisbury steak)라고 불렀다. 전쟁 상대국인 독일에 대한 악감정이 팽배해 독일 지명에서 유래한 햄버거란 명칭에 거부감을 가졌던 것이다. 살리스버리는 1897년 이 음식을 발명한 미국 의사의 이름이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햄버거가 전 세계에 퍼져 나가는 시발점이 된 건 맥도날드 형제(딕과 맥)가 1940년 캘리포니아주 샌 버나디노에 ‘맥도날드 레스토랑’을 열면서다. 형제들은 햄버거를 팔면서 1948년 현대 패스트푸드 식당의 기본 원리인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Speedee Service System)’을 도입했다. 1954년 이곳을 방문한 레이 크록(당시 52세)이란 밀크셰이크 기계 판매원은 햄버거·프렌치프라이·탄산음료 등 한정된 메뉴를 손님들이 직접 서빙하게 하는 대신 음식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레스토랑 경영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 햄버거 가격은 15센트였다.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에게 270만 달러와 1.9%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프랜차이즈 권한을 인수했다. 이듬해 크록은 일리노이주 데스플레인즈에 첫 번째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매장을 오픈했다. 2013년 현재 전 세계 120개국의 3만4000여 매장에 매일 약 6900만 명이 찾는 세계 1위의 식품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햄버거는 번(빵) 사이에 패티(다진 고기)와 양상추·토마토·양파· 피클·치즈 등의 재료를 끼워 넣고 케첩·겨자·마요네즈 등 소스로 양념하면 완성된다. 나이프·포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종이 봉지(버거 봉투)에 넣어 양손으로 붙잡고 먹는다.
# 햄버거의 진화 햄버거가 다양하게 변신하고 있다. 전통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각 나라의 현지 음식문화를 반영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에선 감자·콩·당근·인도 고유의 양념을 섞어 튀긴 패티가 들어간 채식주의자용 채소버거가 등장됐다. 쇠고기 섭취를 금기시하는 인도에선 치킨버거의 일종인 ‘골드 마살라’의 인기가 높다. 필리핀에선 주식인 판데살(pandesal) 빵에 파인애플소스·베이컨·치즈 등을 곁들인 아침 메뉴가 팔린다. 토마토케첩 대신 바나나 케첩을 넣기도 한다. 프랑스에선 바게트 빵으로 만든 햄버거가 나왔다. 일본에선 데리야키버거로 개발됐다. 번(빵) 없이 고기만 먹는 ‘한바그 스테이크’도 즐겨 먹는다. 한국에선 불고기버거,김치버거, 밥을 뭉쳐 빵 대신 사용한 라이스버거가 나왔다. 매콤한 맛 닭고기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겨냥한 스파이시 치킨버거도 출시됐다.



 요즘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맛, 질, 고객 서비스, 레스토랑 분위기 등 포괄적인 가치를 높이는 데도 주력한다. 24시간 매장 운영이나 자동차를 탄 채로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가 좋은 예다. 아침을 거르기 쉬운 현대인의 생활양식에 맞춰 머핀·팬케이크·커피 등을 함께 제공하는 아침 메뉴 시장도 연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다. 점심 때 찾는 매장에서 온 종일 찾는 매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햄버거 세트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선보인 ‘플레르버거(FleurBurger·사진) 5000’이다. 1개 가격이 5000달러에 달한다. 일본 고베산(産) 쇠고기로 만든 패티에 세계 4대 진미 중 하나인 푸아그라·송로버섯을 이용한 소스를 곁들였다. 1990년산 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 와인 한 병과 같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최근 고가 햄버거를 판매하는 업소들(수제 햄버거 가게)이 늘고 있다. 도구를 사용해 먹어야 할 정도로 크고 고기가 두꺼운 것이 수제 햄버거의 특징이다.



1955년 미국 일리노이 주 데스플레인즈에 최초로 생긴 맥도날드 매장. 이후 햄버거는 미국·자본주의·패스트푸드를 상징하는 식품이 된다.
# 햄버거와 영양과 열량 레귤러 사이즈 햄버거 1개의 열량은 보통 280∼590㎉이다. 10∼19세 청소년인 하루 열량 섭취 권장량(2100∼2700㎉)을 햄버거로 채우려면 7∼9개를 먹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햄버거 한 개의 열량은 삼계탕(918㎉)·자장면(797㎉)·김치볶음밥(755㎉)·스파게티(643㎉) 한 그릇에 비해 낮다.



 햄버거를 한 끼 식사 대신 먹는다면 열량 우려는 기우(杞憂)다. 문제는 밥과 반찬을 먹어야 한 끼 식사라고 여기는 한국인들이 햄버거를 간식으로 먹는 것이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체중 감량 중이라면 식사와 햄버거 중 하나를, 세트 메뉴 보다 단품 메뉴를 택하는 것이 좋다”며 “음료는 탄산음료 대신 저지방 우유ㆍ물, 디저트는 감자튀김 대신 채소 샐러드를 고르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메가’나 ‘빅’ 사이즈 햄버거도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소비자는 햄버거 구입 전에 매장의 안내 자료에 쓰인 열량·당·단백질·포화지방·나트륨 등 다섯 항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덕성여대 식품영양학과 김건희 교수는 “일반인의 편견과 달리 양질의 원료와 위생적으로 잘 만들어진 햄버거는 빵·고기·채소 등으로 이뤄져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 등 영양소가 고루 든 균형 잡힌 한 끼 식단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햄버거 1개엔 탄수화물 35g, 단백질 12g, 지방 10g이 들어 있다. 이상적인 열량 섭취 비율이 탄수화물 60%, 지방 20%, 단백질 20%인 것을 감안하면 영양적으로 편중됐다고 보긴 힘들다.



 한국맥도날드 조 엘린저 대표는 “햄버거는 억울하다”고 말한다. 그는 “막연한 오해와는 달리 햄버거는 신선한 고품질 식재료를 사용하고 엄격한 위생 관리 시스템을 거친 음식”이며 “햄버거의 진짜 모습을 바로 알리기 위해 6월부터 ‘엄마가 놀랐다’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5000명을 초청해 햄버거의 영양·열량·위생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한 끼 식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행사를 벌이겠다는 것.



# 집에서 만드는 법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진의 아침식사로 군대식 햄버거, 일명 ‘군대리아’와 토마토를 제공했다. 배우 류수영은 햄버거 사이에 얇게 썬 토마토를 끼워 넣은 ‘군맥’을 만들었다. 이처럼 햄버거는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다진 고기에 소금·후추·육두구를 적당량 뿌려 넣어 패티를 만든 뒤 양쪽 끝에 약간 탄 자국이 붙는 정도 가열하여 굽는다. 패티는 ‘웰던’이나 ‘미디엄 웰던’으로 굽는 것이 좋다. 고기 등에 들어 있을 수 있는 식중독균을 죽이기 위해서다. 여기에 양상추·토마토·양파·피클·치즈 등의 재료를 빵에 끼워 넣고 케첩·겨자·마요네즈 등 소스로 양념하면 완성된다. 패티를 구울 때 포크를 사용하면 고기에 구멍이 나 육즙이 빠져 나갈 수 있으므로 주걱을 이용해 요리하는 것이 좋다. 패티를 여러 번 뒤집지 말고 한쪽 면이 충분히 익으면 뒤집어서 고기의 양 면을 한 번씩만 구워낸다. 고기를 눌러 굽지 않는 것도 육즙을 보전하는 방법이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패티의 재료로 지방이 적게 든 쇠고기 살코기나 닭 가슴살·날개 살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패티 속의 지방을 최대한 제거하려면 석쇠·철판에서 잘 익을 때까지 구워야 한다. 구이 기구를 예열하는 것도 방법이다. .



맥도날드의 오픈 키친 행사. 햄버거에 대한 관심·우려가 많은 사람들을 초청해 재료 구입·보관·요리·위생 관리 등 전 과정을 보여준다. 직접 햄버거를 만들어 볼 기회도 준다.
# 빅맥 지수 햄버거는 대개 프랜차이즈 업소를 중심으로 판매된다. ‘맥도날드’를 비롯해 ‘롯데리아’ ‘웬디스’(사각형 햄버거로 유명), ‘버거킹’(화염 그릴 햄버거 판매, 호주에선 ‘헝그리 잭’), ‘잭 인 더 박스’, ‘인 앤 아웃 버거’, ‘타코벨’, ‘소닉’ 등이 많은 체인점을 갖고 있다.



 햄버거를 대표하는 ‘맥도날드’는 ‘군맥’ 외에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 ‘빅맥 지수’ ‘황금 M형 아치 이론’ 등 다양한 용어의 탄생 배경이다.



 맥도날드화(化)는 미국 심리학자 조지 리처(메릴랜드대학 교수)가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란 저서에서 합리성·과학적 관리·표준화 등이 특징인 현대 사회를 가리키는 용어로 처음 사용했다. ‘빅맥 지수’는 세계 각국 통화 가치를 보여주는 경제지표로 흔히 쓰인다. 이 지수는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1986년 처음 선보인 뒤 매년 발표하고 있다. ‘빅맥’은 전 세계에서 거의 동일한 품질의 제품이 판매되는 데다 원료비·매장 운영비·점원 임금 등 다양한 요인을 바탕으로 단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각국의 구매력을 간접 비교하기 적합하다고 평가됐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인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맥도날드 영업점이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햄버거를 사 먹기 위해 줄을 서는 중산층 비율이 높아지면 그 나라의 국민들은 더 이상 전쟁을 원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며 ‘황금의 M형 아치 이론’이라 불린다. 맥도날드의 ‘골든아치’가 ‘평화의 전령사’ 역할을 한다는 이 이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대가 맥도날드 체인점이 들어선 세르비아를 1999년 폭격하면서 깨졌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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