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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밥 먹고 집 지켜주고 … 2020년 싱글족 소비 120조 시대

중앙선데이 2013.11.24 01:08 350호 20면 지면보기
1 싱글 여성용 보안 시스템. 2 지난달 26일 서울 홍대 앞 공영주차장에서 ‘집밥’ 주최로 열린 소셜 다이닝 행사. 100여 명이 참석해 함께 요리하고 음식을 나눠 먹었다. 3 서울 상암동 홈플러스 가전매장 내 싱글 코너. 4 대형마트의 싱글족을 위한 간편조리 식품.
20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명륜4가의 터키요리 전문점 이스탄불. 서로 얼굴은 물론 나이·이름조차 몰랐던 회사원 네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민철(29·서울 송천동)·김해인(28·여·개봉동)·박선희(35·여·흑석동)·박은미(33·여·풍납동)씨. 이들은 함께 밥을 먹는 소셜 다이닝 사이트 ‘집밥’을 통해 만났다. 네 사람은 첫 대면이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두 시간 동안 각자의 취미나 애완동물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박은미씨는 “혼자 밥 먹기 싫어서 나왔다”며 “나 같은 싱글족에겐 친구도 사귈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솔로 이코노미 시대, 고독을 달래는 산업이 떠오른다

최근 솔로 이코노미의 특징은 상품 분야에선 ‘소형화’와 ‘대여’라는 말로 압축된다. 서비스 분야에선 ‘고독감의 해소’와 ‘보안’에 초점이 맞춰진다. 솔로 시장의 바탕이 되는 1인 가구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소비지출 증가 역시 두드러진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5.5%에서 지난해 25.3%로 늘었고 2035년엔 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은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가 2010년 60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으로 늘고, 2030년엔 194조원에 달해 4인 가구 지출(17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그래프 참조> 1인 음식점, 1인 노래방, 1인용 소형주택은 시장에 이미 자리 잡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싱글 이코노미의 확대는 1인 가구 증가란 양적 변화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표되는 소통 방식의 질적 변화가 결합돼 상품·서비스 제공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먹기’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혼자 밥 먹기는 솔로에게 가장 힘든 순간이다. 밥 먹는 행위는 단순한 음식 섭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통·교류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함께 밥 먹는 모임 ‘소셜 다이닝’은 외로움 해소를 겨냥한 일종의 힐링 서비스다. ‘집밥’(www.zipbob.net)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박인(28) 대표는 부모님이 모두 외국에서 산다. 그는 혼자 식사하는 게 싫어 페이스북에 ‘밥 같이 먹자’는 글을 올렸고, 호응이 높아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지난해부터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21일 현재 이 사이트에는 1600여 개 모임이 만들어져 있고, 회원만 1만여 명에 달한다. 식사 모임을 원하는 회원이 지역이나 대화 주제를 정해 글을 올리면 집밥이 식당을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각 지역의 맛집들과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받는다. 홍보를 원하는 기업들이 주최하는 밥 먹는 모임을 기획하기도 한다. 집밥 외에 ‘함께 먹는 즐거움을 만들어 보세요’를 내세우고 있는 ‘톡 파티’(www.talkparty.net), 함께 만나 차·음식을 즐기는 ‘미팅데이’(www.meetingday.net) 등도 있다.

이 같은 모델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CJ푸드월드는 지난달 21일 1994년 대학 입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셜 다이닝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응답하라 1994’란 드라마의 인기를 바탕으로 특정 학번을 대상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앞으로 다양한 주제 아래 지속적으로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솔로를 위한 만남 주선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도 줄줄이 나온다. 이음 소시어스의 ‘이음’이 대표적이다. 싱글 남녀에게 일정 비용을 받고 이성을 소개시켜 준다. 김승희 매니저는 “지난해 10월 회원 50만 명을 넘은 데 이어 1년 만인 올해 11월 100만을 넘겼다”며 “함께 영화보기, ‘짝 여행’ 같은 오프라인 행사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음과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는 300여 개에 달한다.

일본의 경우 최근 친구 대여 서비스까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달 27일 “3000~1만 엔(약 10만원)을 주면 밥을 같이 먹어주거나 영화를 함께 봐주는 친구 대여(レンタルフレンド·렌털 프렌드) 서비스가 인기”라고 보도했다. 국내에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세우는 곳이 있지만 자칫 매춘 중개나 사기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공개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라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각종 역할 대행 서비스 업체인 ‘역할대행플래너’의 이옥출 대표는 “가족 역할이나 각종 행사 동행 서비스를 주로 하고 있지만 친구나 애인 대행은 불법행위에 대한 위험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싱글족을 위한 보안 방범 장치.
싱글족의 안전을 지켜라
“혼자 살다 보면 문단속을 꼼꼼히 하지만 혹 도둑이나 강도가 들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아직 흉흉한 일을 겪지는 않았지만 신경 쓰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다.”(30대 직장여성 박모씨·서울 방이동)
싱글족의 또 다른 고민은 보안이다. 국내 민간 대형 보안업체 3사에서는 이들의 안전 욕구를 겨냥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에스원과 KT텔레캅은 이달부터 경찰청과 손잡고 싱글 여성을 위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세가 1억2000만원 이하(서울·경기 6대 광역시, 기타 지역은 8000만원)의 저소득층 여성 가구가 대상이며, 이용료는 월 9900원. KT텔레캅은 이에 앞서 올 초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1만원대 보안서비스인 ‘홈가드’를 내놓았다. ADT캡스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1인 여성가구를 위한 ‘홈 방범’서비스(월 9900원)를 실시하고 있다. 출입문·집안에 설치해놓은 감지기에 외부인의 침입이 탐지되면 중앙관제센터로 즉각 연결돼 보안요원이 출동한다. 안경천 서울시 여성정책평가팀장은 “싱글 여성의 복지 차원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마련했다”며 “밤늦게 퇴근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안심귀가 서비스’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싱글 여성의 안전을 위한 호신용품 판매 사이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솔로족 겨낭한 대행·대여 서비스도
싱글 생활을 도와주는 다양한 대행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 싱글메이트(www.singlemate.co.kr)는 ‘싱글 전용’ 청소 대행 서비스를 해준다. 각종 음식의 배달이나 심부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편의대행 앱 ‘다 시켜’나 1인분 배달이 가능한 음식점을 소개해주는 ‘배달 패밀리’ 같은 앱도 있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솔로는 자유와 여유, 즐거움을 추구하면서도 안전·편리함에 대한 욕구는 누구보다 높은 만큼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상품·서비스가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글 이코노미는 대여 서비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렌털업계에 따르면 2008년 1조3000억원대였던 생활용품 대여시장은 2012년 1조8000억원대로 4년 새 40%가량 커졌다. 전성진 한국렌탈협회장은 “과거 정수기 위주로 이뤄졌던 대여 서비스가 커피머신·노트북 등 일반 가전제품이나 캠핑·레저용품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상품을 굳이 구입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만 빌려서 쓰자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미래에셋생명 등 보험사들은 솔로를 위한 맞춤형 상품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여성전용CI 보험’은 골드미스, 싱글족을 겨냥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서정주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각종 수수료 할인이나 시니어 회원제 등을 통해 1인 독거 가구를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일본의 금융사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홀로 노후를 준비하는 1인 가구는 자산관리와 재테크 필요성이 더 높은 만큼 앞으로 이를 위한 상품 개발이 더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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