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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못 먹은 '동아'

중앙일보 2013.11.22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동아를 들고 있는 광주광역시 황금농원 식품의 양희관 대표. [사진 CJ푸드빌]
1년에 딱 2주 동안만 맛볼 수 있는 박과의 열매. 농가들이 수지타산이 안 맞아 다른 작물 재배로 돌아서면서 전국에서 한 해 10t밖에 안 나는 희귀 식용식물. 우리말로는 ‘동아’, 한자로는 ‘동과(冬瓜)’라는 이름의 이색 과일이다.


연 2주만 나오는 희귀 과일
최대 한달만 보관 폐기 운명
CJ서 메뉴 개발, 판로 개척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동아는 대형 참외와 수박을 섞어놓은 모양으로 생겼다. 서리가 내린 후 11월 말 2주간만 수확한다고 해 겨울 과일이란 의미로 동아, 또는 동과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해독 작용이 있고, 피부 건강에 좋아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품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수분이 96%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시원하고 아삭한 맛을 낸다. 특히 줄기에 가시가 많아 해충이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농약으로 재배한다. 중국 ‘동과’는 광둥 음식에서 탕으로 끓여내는데 매우 고가의 고급 음식이다. 참외·수박과 달리 채소처럼 끓여 먹거나 요리에 사용한다.



 17년째 광주광역시에서 대를 이어 동아를 키우고 있는 ‘황금농원식품’의 양희관(56) 대표는 동아 재배의 산증인이다.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동아 재배 농가다. 그는 “‘동아 속 썩는 것은 밭 임자도 모른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최대 2주~한 달만 보관이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전국적인 유통이나 판로 개척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하나당 10~15㎏ 나가는 동아를 한 해 약 10t 생산한다. 해마다 생산량이 1000개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이 중 8t 정도를 궁중요리 전문가와 호텔·한의원 등에 납품하고, 나머지는 진액으로 만들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100t까지 생산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찾는 이가 없어 생산량이 10분의 1로 줄었고, 그나마 보관이 어렵고 팔리지 않아 매년 수확량의 10% 이상은 폐기해 왔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케이블 채널 올리브의 ‘만두명가’ 프로그램 제작진이 황금농원식품에서 동아를 발견해 촬영한 뒤 이 내용을 CJ푸드빌에 알렸기 때문이다. CJ푸드빌의 한식브랜드 ‘계절밥상’은 황금농원식품에서 폐기될 뻔했던 동아를 사들여 메뉴로 내놓고, 매장 내에 마련된 계절 장터에서 26일까지 소비자가 직접 구매도 할 수 있게 했다. 판로 개척과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와 희귀 식재료를 지원하는 차원이다. CJ그룹은 앞으로도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농산물을 발굴해 판로를 제공하고, 한식 메뉴로 개발해 판매하는 한편 홈쇼핑을 통해 고객들이 쉽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동아를 알리기 위해 이를 이용한 궁중요리도 직접 배우고, 동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돼 있지 않아 직접 뛰어다니며 10개월여 만에 등록 작업까지 했다는 양 대표. 그는 “전통 있는 식재료 동아가 소비자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재배 농가가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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