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수대] 수산물 방사능 공포로 대박 난 건 미국 랍스터와 노르웨이 연어

중앙일보 2013.11.21 00:35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난 주말 장보러 갔던 대형마트에서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 저 먼 대서양산 랍스터가 냉동도 아닌 생물로 쌓여 있고, 소비자들은 거부감 없이 척척 몇 마리씩 사가는 것이었다. 생소한 재료라서 나는 손질과 요리에 자신이 없어 들었다 놨다만 하는데 옆에서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생강 몇 쪽하고 레몬 한 쪽 넣고 삶아봐요.” 그래서 원래 그렇게 해 먹느냐고 물었더니 아주머니는 “그냥 내 방식”이라고 했다. 이미 소비자들은 랍스터에 적응한 걸로 보였다.



 대형마트 수산물바이어에게 “느닷없이 웬 랍스터냐”고 물었다. 바이어는 “지난여름 일본 원전수 유출 공포로 수산물 소비량이 뚝 떨어지면서 분위기 전환용으로 연 기획전이었는데 대박을 터뜨렸다”고 했다. 이로부터 들여온 랍스터는 60만 마리. 미국 랍스터 10마리 중 3마리꼴로, 현지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먹었단다.



 수산물 방사능 공포로 한국 시장에서 대박이 난 건 노르웨이 연어도 마찬가지다. 요즘 연어는 ‘생선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지난달엔 노르웨이 최대 연어 업체가 인천에 생연어 가공공장을 차렸다. 노르웨이 연어를 싱싱한 횟감으로 한국인 식탁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담백·고소·쫄깃한 생선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연어는 그리 입맛에 맞는 건 아니어서 아시아권에서도 한국 연어 소비량은 하위권이었다. 그러다 올 들어 소비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가장 놀라운 건 한국 소비자들의 ‘화끈한 실력’이다. 단기간에 미국 랍스터 시장의 30%를 쓸어 담고, 세계2위 수산양식 대국 노르웨이의 시장 관계자들을 달려오게 만드는 실력은 정작 원전 사고가 난 일본 소비자도 못해낸 것이다. 실망스러운 건 이런 실력 있는 소비자가 배후에 있는데도 신뢰를 받지 못해 바닥을 헤매는 우리 수산업의 현실이다. 수산물 바이어는 “남해·제주도 등지의 양식 생선은 안전한데도 이마저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며 “양식생선은 안전하니 많이 사먹으라고 써달라”고 부탁했다.



 한데 불신의 원인이 단지 일본 원전수 유출 때문이기만 할까. 우리 수산업 실력에 대한 불신은 없을까. 수산양식 대국 노르웨이도 과거 양식업의 영세성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으로 수산업이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이때 노르웨이는 대기업형 양식업으로 구조조정하고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인재를 투입하며 수산업 정책과 생산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다. 우리도 말로는 ‘해양개발만이 살길’임을 외치지만, 양식업의 영세화와 기술개발의 낙후성을 극복하려는 투자와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요즘 시장에선 시간이 흘러 방사능 공포가 수그러들면 소비가 살아날 거라며 기다린다. 정말 시간만 흐르면 ‘수산물 잔혹사’는 끝날까.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는데….



양선희 논설위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 [분수대] 더 보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