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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주, 불 켜지나

중앙일보 2013.11.21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20일 장이 시작되기 무섭게 한국전력 주가가 2.83% 올랐다. 오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던 한전 주가는 이날 0.31% 오른 3만1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전이 내놓은 평균 5.4% 전기요금 인상안을 인가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증권사들도 한전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렸다. 신한금융투자는 3만7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3만5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KTB투자증권은 3만7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각각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전기료 인상에 주가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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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한전은 대표적 ‘못난이주’였다. 독점적 사업자임에도 가격 결정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극단적으로 한전이 서울 삼성동 사옥을 팔아 실적이 좋아지면 다시 가격을 내리라는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며 “이게 한전이 처한 딜레마”라고 말했다. 게다가 물가 안정이 정부의 주요 과제다 보니 요금 인상이 쉽지도 않았고 올려도 최소한의 수준일 수밖에 없었다. 과거 요금이 올라도 주가는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던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상황은 달랐다.



 시장이 다르게 반응한 데엔 이유가 있다. 이번 요금 인상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한전은 최근 2년 사이 다섯 차례 요금을 올렸다. 인상 폭도 4.5~5.4%로 상당히 크다. 특히 5%대 인상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전기요금 현실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성수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정전사태 이후 여름마다 블랙아웃(대정전)의 위기가 불거지면서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공급 관리가 아니라 수요 관리를 통해 전력난을 잡겠다는 게 정부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저물가 현상도 유례없는 큰 폭의 인상안이 받아들여지는 데 한몫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내놓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1%로, 1999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정부 입장에선 물가 관리를 위해 그간 억눌러 왔던 공공요금을 큰 저항 없이 올릴 수 있는 기회”라며 “최근 택시요금 인상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 생산의 원료인 유연탄 가격도 호재다.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면서 유연탄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초 t당 155달러까지 치솟았던 유연탄 가격은 올 11월 현재 9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과 가격 등 모든 요소가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내년 순이익은 7년 만에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12월부터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가동될 예정인 만큼 원전 고장 등으로 인한 불안 요소도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발전용 유연탄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기로 한 건 악재가 될 수 있다. 전기가 LNG·등유 같은 다른 에너지보다 싸 에너지 소비가 전기로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한전이 연간 8000만t의 유연탄을 사용한다는 걸 감안하면 내년엔 8000억원 수준의 세 부담이 추가로 생긴다.



 한전의 요금 인상안이 인가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다음은 한국가스공사 차례”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전과 가스공사는 다르다”고 말한다. 2008년 이후 잠정 중단된 원가연동제가 올 2월부터 재개됐기 때문이다. 윤희도 연구원은 “이미 두 달에 한 번씩 원가를 반영해 가격 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전과 같은 이벤트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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