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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경상 흑자로 '원고' 비상

중앙일보 2013.11.21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면서 반갑잖은 손님이 함께 찾아왔다. 원고(高)다. 원화가치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원화가치는 1.5원 하락하며(환율상승) 1057.9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부터 일주일간 계속된 상승 행진이 일단 멈췄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우려가 고조됐던 6월 24일(1161.4원)과 비교하면 원화는 10% 가까이 절상됐다. 원화가치 연중 최고점을 찍은 지난 1월 11일(종가 기준 1054.7원)에 근접한다.


1달러=1057.9원 … 연중 최고치 눈앞

6월 이후 원화 절상폭 세계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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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빨라지고 있는 원화강세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달러 약세+이머징 통화 강세’에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축소(테이퍼링)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도 원화의 절상 속도는 유독 눈에 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환율을 집계하는 61개 통화 중에서 원화 절상 폭(6∼10월)은 8.3%로 폴란드에 이어 전체 2위다.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유로화(5%)보다 속도가 빠르다.



 원화 강세의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외화 공급이 늘고 있는 점이다. 올 9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488억 달러로 지난해 흑자 규모(431억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연간으로 6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여 사상 최고치 경신이 유력하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굳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에 비해 원화의 방향성은 뚜렷하지 않았다. 지난해엔 원화가 1.7% 절하됐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불안 등으로 자본유출입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도 원화 강세 예상을 깨고 북핵리스크, 키프로스 사태로 인해 외국인이 자금을 빼면서 원화가치는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7월 이후 방향성은 뚜렷해졌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한국 시장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원화 가치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흑자 660억 달러 사상 최대



 원화값 상승이 당분간 숨 고르기를 할 수는 있다. 먼저 정부가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9일에는 직접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에도 공기업들을 동원한 달러화 매수가 있었던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도 주춤하다. 원화 급등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들은 지난달 30일부터 16거래일 연속 국채 3년물 선물을 내다팔고 있다. 2년4개월여 만에 최장 기록이다. 주식시장에서도 20일 외국인들은 장중 1443억원을 내다팔며 코스피지수를 14.4포인트(0.71%) 끌어내렸다. 이날 종가는 2017.24로 마감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장은 원화 절하보다는 절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내년에도 4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원화가 비싸졌지만 투자와 소비가 부진해 내년에도 수입이 별로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도 반등 기미가 없다. 대신증권 조윤남 리서치센터장은 “달러화는 유로화의 상대적 가치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는데 유럽의 경기회복세를 감안하면 달러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더구나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원화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관건은 커지는 원화절상 압력을 과연 정부가 어떻게 흡수하느냐다. 요즘 분위기론 정부가 눈에 띄게 시장에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펴낸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적시하며 “한국 외환당국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말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선물 정경팔 시장분석팀장은 “지난해 말 이후 세 번의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가 나온 이후 어김없이 원화상승 속도가 빨라졌다”며 “환율보고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당국이 원화가치 상승을 계속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당국이 올해까지는 달러당 1050원을 지켜낸다 해도 내년에는 원화값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외환 딜러들의 시각이다.



생산 정체되는 일본식 불황 우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실물경기에 미치는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원화가치가 장기 강세를 보였던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은 모두 글로벌 경제가 호황기였다. 반면 최근에는 경기회복 및 교역확대 속도가 그때보다 훨씬 느리다. 올 상반기 한국기업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통화 강세와 경상수지 흑자가 공존하는 가운데 국내 제조업 생산도 정체되는 일본형 불황을 연상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원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한 외환시장 개입은 점점 어려울 것”이라 고 말했다.



윤창희·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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