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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간토지진 피살자 명부 첫 공개

중앙일보 2013.11.20 01:08 종합 2면 지면보기
‘3·1운동 피살자 명부(충남 천안)’엔 ①유관순 열사의 이름과 나이(17세), 순국 장소(서대문형무소) 등이 표시돼 있다. ② 유중권은 유 열사의 아버지이며 ③ 이씨는 어머니 이소제로 추정된다. ④김구응은 천안 아우내 장터의 만세 시위를 주도한 사람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1991년 독립유공자로 서훈됐다. ⑤ 최씨는 김구응의 어머니로 추정된다. ⑥ 조인원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낸 유석 조병옥의 아버지로 3·1운동 당시 사망하지 않았고 3년형을 받았다(1990년 유공자 서훈). ⑦ 김상원은 아직 유공자로 서훈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다. 이 명부는 가족들의 신고에 따라 작성됐기 때문에 한말 의병장이 희생자로 기록된 경우도 있다. [사진 국가기록원]
1919년 천안 아우내 장터의 만세 시위를 주도했다가 옥중에서 사망한 유관순 열사 등의 이름이 적힌 3·1운동 희생자 630명의 명부와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의 피살자 명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에 따라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일제강점기 피해보상 문제도 추가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953년 정부 작성한 명부 67권
이름·나이·희생상황 구체 기록
유족들, 일본 상대 소송 길 열려

 국가기록원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하고 ‘3·1운동 시 피살자 명부(1권)’와 ‘일본 진재(震災) 시 피살자 명부(1권)’, ‘일정(日政) 시 피징용자 명부(65권)’를 공개했다. 이 명부는 지난 6월 일본 도쿄의 주일한국대사관이 청사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1952년 12월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이듬해 내무부에서 전국적(남한 지역)인 조사를 해 작성한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이 명부는 53년 4월 2차 한·일회담에 활용하기 위해 일본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3·1운동 명부에는 희생자 630명의 이름과 나이, 주소, 순국일시와 장소·상황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박은식 선생이 1920년 저술한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선 3·1운동 과정에서 피살된 사람 수를 7509명으로 기록했지만, 3·1운동에서 순국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391명에 불과하다. 일본 진재 시 피살자 명부에는 간토대지진 당시 희생된 한국인 290명의 명단이 기록됐다. 경남 합천군 출신인 이광씨 가족은 두 살 난 아이를 포함해 4명이 함께 일본인에게 피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간토대지진의 한국인 희생자는 적게는 6000여 명, 독일 외교부 자료에는 2만여 명으로 언급돼 있다.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명부의 피살자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은 국내에 연고가 있는 희생자만 조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함께 공개된 일정 시 피징용자 명부엔 22만9781명의 명단이 기록됐다. 이는 57년 정부가 작성한 ‘왜정 시 피징용자 명부(28만5771명)’보다 4년 앞선 것이다. 기록원이 경북 경산 지역을 분석한 결과 이곳에서 징용된 것으로 기록된 4285명 중 1000여 명은 기존 명부에 없는 사람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 원장은 “새 명부엔 종전 명부에 없었던 구체적인 기록이 있어 독립유공자를 판정하거나 일제강점기 피해자 보상 심의를 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75년부터 일제강점기하의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 등에게 보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청구권 대상 여부 법적 검토”=외교부는 이번 명부 공개를 계기로 일본에 대한 배상 요구가 추가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새로 드러난 자료를 근거로 유족들이 소송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교부는 당장 이 명부를 외교 문제로 삼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3·1운동이나 간토대지진 피해는 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지만, 2005년 우리 정부가 청구권협정과는 예외적으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한 3개 분야(위안부·원폭피해자·사할린 동포)에도 빠져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측에 3·1운동이나 대지진 희생자에 대한 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법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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