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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면 정국 더 꼬여 … 대통령 '국회 징크스'

중앙일보 2013.11.20 01:03 종합 4면 지면보기
대통령이 국회에 다녀가면 정국이 더 꼬인다?


역대 대통령 사례 살펴보니

 상식적으론 납득하기 어렵지만 여의도 정치권은 이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국회를 찾은 두 번이 모두 그렇다. 박 대통령은 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여야가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야당에 협조를 구했지만 정국은 더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비판했고 급기야 19일에는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의원들이 단체로 퇴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날 벌어진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대통령 경호를 지원하는 경찰경호대 소속 순경의 몸싸움에 대한 항의성 시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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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은 앞서 9월 16일에도 국회를 찾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3자 회담을 했지만 꼬인 정국을 풀지 못했다. 당시 회담장에서 국정원 문제로 언성을 높였던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다음날엔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판하며 충돌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야당이 정기국회가 시작됐는데도 장외투쟁을 계속하며 민생법안 심의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결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고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야당 지도부를 비난했고 여야 대치는 가팔라졌다.



 역대 대통령도 이런 징크스를 겪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을 하면서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 파란을 일으켰다. 다음날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최병렬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리 문제를 언급하며 “대통령 자신과 어떤 형태로든 관련돼 있다면, 재신임 여부를 떠나 탄핵의 대상”이라고 공격했다. 이런 날카로운 대립은 결국 이듬해 3월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라는 사태를 불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위해 2011년 11월 국회를 찾아 여야 지도부와 비공개 회동을 했다. 하지만 입장 차는 결국 좁혀지지 않았고, 이 전 대통령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고는 일주일 뒤, 비준안은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폭력으로 얼룩졌고, 김선동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의 전신)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고 의장석에 최루가스를 뿌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10월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지만 정국을 해빙무드로 연결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통 큰 양보를 기대하는 야당의 심리와 국회 방문을 통해 정국을 돌파하려는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서로 대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정치학) 교수는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국회의원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향해 하는 것이다. 국회 연설이 하고 싶은 일은 알리고, 그 책임은 의회와 나누려는 성향을 지닌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속성상 대통령과 야당의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유 교수는 이어 “미국에선 대통령의 국회 연설 전에 여야가 물밑에서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박 대통령에게 항의 표시를 어떻게 해야할지를 주로 고민했고, 특검 요구와 같은 쟁점 외에 의제를 반영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 정치문화의 후진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삼정부의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직(presidency)에 대한 존경이 없고 다수결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 문화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회든 어디서든 연설을 해도 효과가 없는 것”이라며 “이런 정치가 계속된다면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후 시간이 지날수록 여의도와 멀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던 노태우·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2년차부터는 시정연설을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에도 직접 시정연설을 하지 않았다. 반면 박 대통령은 매년 직접 국회를 방문해 시정연설을 하겠다고 밝혔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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