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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이어 일본판 CIA … 군국시대 정보국 부활 우려

중앙일보 2013.11.20 00:54 종합 7면 지면보기
일본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창설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후 대외정보 전문기관(일본판 CIA)의 설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18일 참의원 국가안보특별위원회에서 “NSC가 기능을 수행하는 데 고급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며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대외 및 인적정보 수집 수단, 나아가 그 체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정보기관 필요성 공식 언급
1950년대 요시다 총리도 추진
반발 커지자 내각조사실로 축소

 일본의 외교안보 사령탑이 될 NSC를 지원하거나 양립하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같은 대외정보 전문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6일 중의원 국가안보특별위원회에서는 “양질의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NSC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으니 일본판 CIA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보수성향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정부의 정보수집 및 분석 기능을 강화하는 게 꼭 필요하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다음 달 6일 끝나는 이번 국회 회기 중 NSC 법안의 통과가 확실해지자 ‘차기 과제’인 일본판 CIA 창설 쪽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베 정권이 NSC 외에 일본판 CIA의 설립을 추진할 경우 전후 1950년대 초·중반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됐던 ‘내각정보국’ 파동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전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46년 5월~47년 5월, 48년 10월~54년 12월 총리 재임) 당시 총리는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하나로 모아 분석하고 정리하는 기관을 설치해야겠다”며 일본판 CIA의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요미우리(讀賣)·아사히(朝日)·마이니치(每日) 신문 등 전국 3대 일간지가 일제히 “이는 (태평양전쟁 당시 언론통제 및 선전을 총괄했던) 내각정보국의 부활 아니냐”며 강력 반발하면서 결국 현재의 ‘내각조사실’로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현재 일본의 국가 정보조직인 내각조사실의 직원 수는 170명이다. 내각조사실의 우두머리인 내각정보관은 경찰 출신이 맡고, 그 밑의 차장은 외무성 출신이 맡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새롭게 출범하는 NSC를 외무성과 방위성이 장악하면서 사실상 내각조사실을 하위기관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있자 내각조사실과 경찰 조직 내부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보를 발주하는 측(NSC)과 정보를 수집하는 측(내각조사실)의 힘이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일본판 CIA 창설을 주도하고 있다.



 자민당의 ‘인텔리전스·기밀보전 등 검토 프로젝트팀’의 대표인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전 관방장관도 “NSC는 어디까지나 정책기관에 불과하다”며 “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CIA 창설’을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NSC 측은 “정보수집 기관에 지나친 권한을 주면 정보를 장악하고 건네주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판 CIA를 둘러싼 치열한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일 정부 관계자는 “아베 정권이 일본판 CIA 창설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인지 혹은 내각조사실의 반발을 달래는 차원에서 ‘CIA 창설 카드’를 활용할 것인지는 좀 더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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