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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 프랭키 밸리 "진실보다 위대한 가공은 없다"

중앙일보 2013.11.20 00:48 종합 22면 지면보기
곧 팔순에 접어든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프랭키 밸리의 피부는 맑았고, 눈매는 강했다. 뉴욕에서 만난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의견을 또렷하게 밝혔다. 사진은 2011년 그가 호주 시드니에 갔을 때, 공연 직후 출연진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가운데 안경 낀 이가 프랭키 밸리다. [사진 Jersey Boys Austrailia]


1960년대 미국엔 포시즌스(The Four Seasons)라는 4인조 밴드가 있었다. 1962년 데뷔, 8년간 30여 개 히트곡을 냈다. ‘Can’t take my eyes off you’ ‘Big girls don’t cry’ 등이 대표곡이다. 당시 전세계를 강타한 영국 출신 비틀스와 비교되며, 미국의 자존심을 지킨 그룹으로 평가된다.

60년대 밴드 포시즌스 리드 싱어
뮤지컬 '저지 보이스'로 다시 주목



 특히 리드 싱어였던 프랭키 밸리(Frankie Valli·79)가 큰 사랑을 받았다. ‘천상의 목소리’라는 별명처럼 3옥타브 반을 넘는, 강렬한 고음이 인상적이었다. 그룹과 리드 싱어의 관계를 한국에 비유하자면 ‘들국화’의 전인권이라 할 수 있다. 78년 존 트라볼타· 올리비아 뉴튼 존 주연의 뮤지컬 영화 ‘그리스(Grease)’의 타이틀 곡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밸리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인 콘서트를 열었고, 현재도 전미 순회공연 중이다.



 그를 대중 앞으로 끌어들인 건 다름 아닌 뮤지컬 ‘저지 보이스(Jersey Boys)’다. 포시즌스와 프랭크 밸리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저지 보이스’는 8년째 미국에서 빅 히트를 하고 있다. 내일모레 팔순에 접어드는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밸리를 18일 뉴욕에서 만났다.



1960년대 전성기 당시의 4인조 밴드 포시즌스 멤버들. 왼쪽에서 두 번째가 프랭키 밸리.
 -11월에만 미국 8개 도시 무대에 선다. 나이를 잊은 활동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젊게 사는 게 아닐까. 열다섯 살부터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과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 쉬지 않고 활동할 수 있었다고 본다.”



 -2005년 개막한 ‘저지 보이스’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



 “현재 전세계적으로 7개 프로덕션이 공연 중이다. 내년 1월부터 한국 공연도 예정돼 있다. 뮤지컬을 구상한 건 2000년대 초반이었다. 아바 음악으로 성공한 ‘맘마미아’처럼 포시즌스 음악을 갖고 뮤지컬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맘마미아’처럼 꾸며낸 얘기가 아닌, 우리의 얘기를 담고 싶어 제작자, 연출가를 수소문했다.”



 -자전적 스토리라 더욱 화제였다



 “뮤지컬은 4장이며, 각 장마다 멤버 한 명씩 등장해 독백 형식으로 극을 끌고 간다. 같은 사건임에도 사람마다 시선이 다르지 않던가. 우리 역시 그랬다. 개인마다 입장이 달랐고, 기억이 달랐다. 그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혼, 약물중독으로 인한 딸의 사망 등 본인의 개인사도 여과 없이 담았다. 뮤지컬로 드러내기 어려운 이야기 아닌가.



 “나도 처음 봤을 땐 솔직히 불편했다. ‘왜 이런 얘기까지 꺼냈을까’ 후회하기도 했다. 기왕 우리의 얘기를 하기로 한 이상, 단 1%의 각색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면에선 뮤지컬이 나의 상처를 치유해 주지 않았나 싶다. 뮤지컬이 성공한 바탕엔 우리의 음악보다 꾸미지 않은 스토리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한다. 진실보다 위대한 가공은 없다.”



 밸리는 1934년 미국 뉴저지주의 빈민촌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어머니는 그를 뉴욕 프랭크 시나트라 공연에 데리고 갔다. 그는 “조명이 커지고 어떤 아우라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경이로웠다. ‘이 시골을 벗어나기 위해 난 저걸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초창기 멤버는 밸리와 토미 드비토, 닉 매시 세 명이었지만 딱히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다 천재적 작곡 능력을 갖춘 밥 고디오가 합류하고, 62년 ‘쉐리’(sherry)가 빌보드 1위에 오르며 포시즌스는 단박에 슈퍼스타로 급부상했다.



 -당신의 전매특허는 소름 돋는 고음이다.



 “나이가 들어서 예전 같지 않다. 고음이 못 올라가는 대신, 낮은 음역대를 낼 수 있어 3옥타브 반의 음역대는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술과 담배 끊었고 매일 한 시간 넘게 목을 푼다. 그래도 특별한 방법은 없다. 농담처럼 ‘꽉 끼는 속옷을 입으면 고음을 낸다’ ‘새 모이를 먹어 꾀꼬리 소리를 낸다’고 얘기는 한다.” (웃음)



 -2005년 당신을 연기한 존 로이드 영이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내 말투가 저렇지 않은데, 난 저런 말 하지 않았는데 싶어 처음엔 어색했다. 하지만 사람은 다 다르지 않은가. 나를 똑같이 흉내 내려 했다면 그건 모조품일 뿐이다. 그는 자신만의 프랭키 밸리를 만들어 냈다. 그의 노래에 이젠 내가 탄복하고 있다.”



뉴욕=최민우 기자



뮤지컬 ‘저지 보이스’=2005년 초연돼 이듬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뮤지컬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포시즌스 그룹의 자전적 스토리다. 뉴저지의 촌뜨기 소년들이 어떻게 뭉치고 성공하며, 갈등하고 결별하는지를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내년 4월 할리우드의 살아있는 전설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영화도 개봉된다. 해외 투어팀의 내한공연은 내년 1월 17일부터 3월 23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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