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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총학생회 선거 줄줄이 무산되는 이유는

중앙일보 2013.11.20 00:42 종합 29면 지면보기
정종문
사회부문 기자
11월은 대학가의 선거철이다. 초겨울에도 학교는 선거 열기로 달아오른다. 형형색색의 각 후보 선거본부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이 캠퍼스를 누비고, 지지를 호소하는 구호를 외친다. 강단에 올라선 후보들도 저마다 학우들에게 공약을 부르짖는다. 하지만 올해 11월 대학가는 유난히 썰렁하다.



 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는 총학생회 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됐다. 내년 4월까지 단과대 대표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총학생회를 대신한다.



 국민대는 총학생회 선거를 놓고 송사에 휘말렸다. 선거에 나선 한 후보가 지난 15일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선거중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 후보는 “상대 후보의 자격에 문제가 있지만 심사 주체인 선관위에서 이를 묵인하고 불공정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20일에 걸쳐 투표가 진행되지만 법원의 결정에 따라 결과에 대한 불복 사태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학생을 대표하는 자치조직인 총학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대 55대 총학생회 선거에선 투표율이 32%에도 못 미쳐 사상 최초로 연장투표도 못하고 선거가 무산됐다. 한 달 앞선 사회대·인문대·농생대 단과대학 학생회 선거도 투표율이 30%에 못 미쳤다. 자유전공학부와 공대는 학생회 선거에 나선 후보조차 없었다. 2012년 11월, 10년 연속 투표율 미달과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지하철역까지 투표소를 마련하다 못해 올해는 전자투표를 도입하자는 복안까지 나왔다.



 1984년 학도호국단의 해체와 함께 들어선 총학생회는 80년대 민주화운동의 핵심 역할을 했다.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6·29 선언을 이끌어내기까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담론과 행동을 주도했다. 하지만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들어선 총학생회는 여전히 80년대 운동권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대학사회의 변화를 기민하게 반영하지 못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부작용은 분명했다. 학생들의 관심이 빠진 총학생회엔 심지어 조직폭력배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학생들의 복리 후생을 위해 총학에서 관리·집행하는 학생회비를 조직 운영자금으로 빼돌렸다. 조폭 조직원이 지방대 총학생회장에 선출돼 돈을 빼돌리다 적발된 게 올해만 6건에 이른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대학 총학을 접수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



  과거처럼 대학 총학생회가 정치투쟁 조직으로 변질돼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개인주의와 무관심 때문에 총학생회 구성 자체가 무산되는 현실은 안타깝다.



정종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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