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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영화 같은 문화 … 한국이 판 키워야"

중앙일보 2013.11.20 00:06 경제 6면 지면보기
데이비드 김
시네마 키드가 영화감독이 되듯,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 살던 소년은 세계적인 게임 디자이너가 됐다. 지난 17일 폐막한 게임쇼 지스타 참석차 방한한 게임디자이너 데이비드 김(31)의 얘기다. 김씨는 15년 전 스타크래프트로 한국에 PC방 게임 시대를 연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에서 7년째 선임 게임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는 스타크래프트2를 비롯해 블리자드가 최근 발표한 신작 게임 히어로즈오브스톰 등 블리자드의 주요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블리자드 디자이너 데이비드 김
중독성만 강조 분위기 안타까워
해외선 e스포츠 노하우 부러워 해

 지난 13일 만난 김씨는 “어려서부터 취미가 게임이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서울국제학교(SIS)에 다니던 중고생 때부터 블리자드가 1998년 한국에 출시한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에 푹 빠졌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아들이 게임 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대신 믿음을 줬다. 김씨는 “부모님은 ‘네가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항상 말씀하셨다”며 “게임 때문에 부모님과 부딪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게임시간은 약속한 만큼만 했고 게임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스스로 정한 시간이 지나면 게임을 더 하지 않는다.



 그는 대학에서도 게임을 공부하고 진로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게임 관련 학과가 없었다. 캐나다 밴쿠버의 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그나마 게임 개발과 비슷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혼자 프로그래밍하는 일은 적성에 안 맞았다. 그는 “게임 할 때처럼 다른 사람들과 반응을 주고받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학기 중 틈틈이 밴쿠버 시에서 주최한 각종 게임 대회에서 게이머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다 캐나다의 게임 개발사인 렐릭엔터테인먼트의 눈에 띄어 게임 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2007년 블리자드로 자리를 옮겨 스타크래프트2 개발에 참여했다.



 그는 게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우려를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게임은 오래전에 영화가 그랬듯이 21세기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이고 문화의 영역”이라며 “이제는 이 문화의 판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총기 사고가 나면 범죄자의 게임 이력이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게임이 문제’라고 무조건 비난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게임이나 영화나 받는 대접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외에선 e스포츠 선진국인 한국의 경험을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RPG)을 e스포츠로 발전시킨 한국은 게임대회나 선수훈련·게임방송에 관한 노하우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씨도 “한국이 이런 경험을 살려 게임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더 키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주어진 게임을 즐기는 데서 그치지 말고, 스스로 게임 개발자가 된 것처럼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아이디어를 생각하면서 플레이하라”고 조언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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