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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조원 … 벌금 관리도 경영이다

중앙일보 2013.11.19 00:44 종합 2면 지면보기
BCG 뷔르크너 회장
글로벌 기업들이 떨고 있다. 벌금이나 배상금이 수십억 달러를 훌쩍 넘는 일이 잦아져서다. 미국 금융그룹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물어줘야 할 돈만 175억 달러(약 18조5500억원)다. 2008년 이전에 장기주택담보대출(모기지) 관련 증권을 속여 판 대가다.


CEO들 거액 벌금·합의금 골머리
BP, 순익의 110%를 배상금 지불
BCG회장 "시대 맞춰 소통경영을"

 로이터통신은 “벌금이나 배상금, 합의금 규모가 거대해지고 있다”며 “JP모건의 순이익과 배상금이 지난해 순이익의 60%보다 많다”고 최근 전했다. 2010년 영국 석유회사 BP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고 때문에 그해 순이익의 110%나 되는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장사 잘하는 것보다 벌금 등을 줄이는 게 최고경영자(CEO)들의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한스-파울 뷔르크너 글로벌 회장은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시계추가 반대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사적인 변화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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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바뀌고 있는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부터다. 사회 분위기 자체가 변했다. 기업, 특히 금융그룹의 불법행위 등을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는 게 여론의 흐름이다.”



 - 기업들은 위기 이전에도 벌금이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위기 이전에도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소비자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아 벌금 등을 내기는 했다. 하지만 벌금 액수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벌금을 내야 하는 기업 숫자도 많지 않았다.”



 뷔르크너 회장이 말한 사회적 변화는 경영 전문가들이 말하는 법규환경의 변곡점(Inflection Point)과 같은 의미다. 제프리 가튼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 기업 또는 기업인의 불법 행위를 관대하게 처벌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법규환경이 금융위기 이후 질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의식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불법·탈법행위를 한 기업을 엄격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마침 기업들의 불법행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런던은행간 금리(리보)를 조작하거나 환율, 심지어 국제 원유가격을 조작한 의심도 받고 있다.”



 -요즘 또 다른 특징은 무엇인가.



 “최근 들어 CEO들이 법정 다툼을 피하려고 한다(위기 이전까진 재판을 불사했다). 요즘 정해진 벌금 등은 모두 법정 밖 타협을 통해 확정된 액수들이다.”



 -왜 그럴까.



 “시대가 바뀌어 2~3년씩 끌면서 소송을 하는 게 기업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재판 결과도 알 수 없다. 법정 밖에서 타협하면 불법을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앞으로 기업인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규가 강화되고 있다. 이제는 CEO들이 법규 테두리 안에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해야 한다. 회사 내부의 준법감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위기 전까지 적잖은 CEO가 ‘법규 자체를 바꿔서라도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요즘 글로벌 로비스트들이 미국 워싱턴뿐 아니라 벨기에 브뤼셀이나 중국 베이징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지역이 기업의 불법·탈법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로비를 강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까.



 “정부 쪽과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 대화하지 않는 것 자체가 더 나쁘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만 대화할 게 아니라 협회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더욱이 주주와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과도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강남규 기자



한스-파울 뷔르크너 회장=2012년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금융회사의 경영전략 수립이나 구조조정 등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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