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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의대는 왜 문과생도 원하나

중앙일보 2013.11.19 00:29 종합 29면 지면보기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
지난주 서울대는 2015학년도 입시부터 수의과대학 수의예과, 의과대학 의예과, 치의학대학원 치의학과에도 문과생이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입시 전형을 발표했다. 지난 15일에는 이화여대가 정시에서 문과생도 의예과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입학전형을 발표했다. 현재 고교에서 문·이과를 구분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중국·일본·대만과 한국의 네 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이 네 나라는 과거 전문성이 우선시되던 시대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문·이과를 명확히 구분해 각 학문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창조와 융합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문·이과 구별은 시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교육 제도다.



 서울대 의대는 지금까지와 같이 문·이과를 구별해 이과생만을 선발하는 시대를 끝내고 문과생도 의과대학생으로 받아들일 때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등을 지난 몇 년 동안 진지하게 고민해 왔다. 의대는 인간을 치료하고 의학을 발전시켜야 할 인재를 양성해야 할 임무가 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환자 진료가 점차 환자와의 문진이나 진찰보다 검사와 장비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진료기록만 살펴보면서 환자와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경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대학과 의료계 내부에서 인문·사회적 소양을 갖춘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냐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이와 더불어 만성질환이 늘면서 질병을 잘 보살피는 것과 더불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많아지면서 환자에 대한 인간적 이해와 인문·사회적 접근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 고교 교육 과정이 문·이과 구분을 폐지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크다. 또 의대생들의 수학과 과학 과목의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과생이 의대에 들어와도 의예과라는 2년의 기간 동안 부족할 수도 있는 과학에 대한 역량을 갖추도록 준비시키면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문과 전공 대학 졸업생들이 의전원 교과 과정을 무리 없이 잘 이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의학의 발전을 위해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의학자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풍부한 인문·사회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지식을 융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인재가 의대생으로 입학해 미래에 인류의 질병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적인 의학연구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인재들이 창조와 융합을 통한 국가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인재로 성장할 것이며 결국 의료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 국민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가 융합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융합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서로 상대방의 다름과 각자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지식·경험과 전문성을 빌려 복잡한 미래 문제들을 같이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융합학문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미래형 인재는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의 통합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와 인식의 전환으로 무장돼야 한다. 인문·과학·예술의 세계가 서로 모여서 소통하는 원효대사의 ‘원융회통(圓融會通)’ 사상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창조적 인재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서울대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문과생이 의대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본연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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