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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임신 중 스트레스가 아기에게 해로운 뜻밖의 이유

중앙일보 2013.11.19 00:28 종합 28면 지면보기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
우리 몸에는 인체 세포 수의 10배가 넘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장에 자리잡고 인체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 음식물을 소화하고 유해 박테리아를 억제하며 면역체계를 발달·유지시키는 데도 한몫한다. 태아는 무균 상태지만 분만 과정에서 모체의 질에 있는 박테리아를 물려받는다. 그런데 임신 중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물려주는 박테리아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에 따라 아기의 뇌 발달에 나쁜 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지난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신경과학 협회 (Society for Neuroscience)’ 연례 회의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을 보자.



 연구팀은 임신한 쥐 10마리를 대상으로 임신 제1 삼 분기 동안 여우 냄새에 노출시키는 등의 스트레스를 주었다. 또 다른 10마리는 정상적으로 지내게 했다. 이들 두 집단의 쥐가 출산한 직후 질내 박테리아를 분석한 결과 큰 차이가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받은 쥐는 박테리아의 종류가 더 다양했으며 유산균(Lactobacillus)의 비율이 매우 낮았다. 이 같은 차이는 생후 며칠 지난 새끼들의 장내 박테리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의 새끼는 뇌의 시상하부 조직에서 유전자 20개의 발현이 정상 새끼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신경세포를 새로 만들거나 뇌 속 시냅스 연결을 성장시키는 유전자를 포함해서 그랬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받은 새끼의 혈액에는 핵심 신경전달 물질들을 만드는 분자의 수가 정상 새끼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를 유해산소로부터 보호하는 특정 분자의 숫자도 더 적었다. 그 원인은 어미에게서 물려받은 박테리아 생태계의 차이에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보았다.



 원래 아기의 면역력이 약한 것도 유익한 박테리아를 체내에 정착시키기 위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일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을 보자. 생후 6일 된 쥐의 적혈구에는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특정 단백질(CD71+)이 다 큰 쥐의 것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에서 이 단백질을 제거하자 정상적인 장내 박테리아에 전에 없던 염증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단백질은 사람의 탯줄 혈액에도 성인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과 체내 미생물의 상호관계는 근래 각광을 받고 있는 연구 분야다. 심지어 양자가 합쳐져 하나의 초유기체를 이룬다는 이론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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