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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수당 306억 더 챙겨간 서울메트로

중앙일보 2013.11.19 00:16 종합 14면 지면보기
출퇴근시간마다 서울시청역 1·2호선 환승 통로에서는 환승전쟁이 벌어진다. 수백 명의 직장인이 공사로 비좁아진 환승통로로 몰리며 병목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차량이 붐비는 플라자 호텔 등 시청역 인근 도로는 공사를 이유로 부분 통제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3월 끝나야 할 시청역사 환경 개선공사가 8개월째 지연되면서 생긴 일이다. 설계업체가 현장 확인을 하지 않고 설계를 하면서 공사기간이 3개월 늘어났다. 공사비도 2억6200만원 더 들었다. 공사를 맡은 하도급업체가 무허가업체에 재하도급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공사를 발주한 서울메트로는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사규가 정한 특별휴가 악용
직원들 편법 보상금 타내
과다지급 퇴직금도 258억
연 2000억 적자에 방만 경영

 서울시는 올해 6~7월 실시한 서울메트로 감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서울메트로는 매년 2000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2010~2012년 총 2만7703명의 직원에게 306억5500만원의 연차보상금을 정부 기준보다 과다 지급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가의 법정한도는 25일.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취업규칙 등을 이용해 ‘꼼수’를 부렸다. 사장이 허가할 경우 법정기준을 초과해 유급휴가를 주도록 한 것이다. 서울메트로 직원들은 연차휴가를 쓰는 대신 최대 12일 동안 ‘보건휴가’를 사용했다. 실제로는 25일 이상의 유급휴가를 다녀오고도 쓰지 않은 연차휴가 보상금은 꼬박꼬박 챙겼다. 2007년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됐지만 서울메트로는 지난해까지 특별휴가제도를 운영해 왔다. 올해는 ‘보건휴가’에서 ‘자기개발휴가’로 명칭을 변경하고, 휴가일수를 연 12일에서 6일로 단축해 여전히 시행 중이다.



 중앙정부가 수차례 폐지를 요구한 퇴직금누진제 문제도 여전했다. 서울메트로가 2002~2012년 퇴직자 2248명에게 과다 지급한 퇴직금만 258억5800만원이다. 앞으로 과다 지급해야 할 퇴직금도 1374억4400만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해 퇴직급여 및 퇴직급여충당금을 주는 바람에 재정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폐지를 요구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퇴직금누진제와 특별휴가 부분은 메트로 측도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만 노사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하지 않은 공기업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 등 서울시 산하기관 5곳이 유일하다.



 보상을 과다하게 받으면서도 업무는 허술했다. 업체에 용역을 맡기며 비용을 과다 산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2012년 서울메트로 본사 청소용역을 맡기면서 근무일수 계산을 잘못해 3억3200만원을 용역업체에 더 지급했다. 승강시설 설치사업에서 설계비를 지급했지만 공사를 착공하지도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이유로 2009년부터 낭비한 설계비만 6개 역사에서 1억2216만원에 달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a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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