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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베이징 스모그, 그린카드로 줄일 수 있다

중앙일보 2013.11.19 00:11 경제 11면 지면보기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
요즈음 중국의 스모그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크다. 중국에서는 이미 스모그가 일상화되었다. 근본 원인은 석탄·석유 같은 화석에너지 사용과 다량의 오염물질 배출에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 스스로도 스모그가 사망률을 높이고 호흡기·심장 질환을 악화시킨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볼 때 이러한 스모그 현상 개선은 정부가 집중적인 노력을 해도 최소 5~10년은 걸린다. 바로 옆 나라인 한국도 앞으로 최소한 5~10년간 봄에는 황사, 가을에는 스모그의 영향을 받을 거라는 의미다.



 일본도 난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울한 내용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다행히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일본에 놀러 가는 여행객 수와 수산물 판매량이 급감한 것을 보면 많이들 불안해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도 남 비웃을 상황만은 아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서울이 세계 10대 오염도시였다고 한다. 201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7위, 국민 1인당 배출량은 연간 12t으로 세계 3위권이다. 이산화탄소 1t은 휘발유 승용차로 약 5000㎞를 달릴 때 발생하는 양이다. 이산화탄소는 철강산업·정유시설 등 화석연료 사용이 많은 산업활동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도시가스·지역난방과 같은 생활시설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환경문제와 신용카드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2011년 환경부와 국내 신용카드사가 주축이 되어 ‘그린카드(Green Card)’라는 카드상품을 만들어냈다. 상품 출시 뒤 2년이 지난 현재 700만 장의 카드가 발급되었다. ‘공익상품은 필패’라는 기존 신용카드 시장의 선입견을 잠재운 성공 사례다. 그린카드 이용자의 친환경 소비생활을 이끌어내기 위해 연회비 면제와 함께 대중교통 이용과 친환경 인증 제품 구매 시 ‘에코머니’를 적립해 준다.



 1차적으로 카드는 결제수단이지만, 늘 지갑 속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꺼내 쓸 때마다 대면하게 되는 캠페인 창구 역할도 한다. 그래서 카드사에서는 카드 디자인을 중시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광고비를 쓰고 있다. 그린카드는 이러한 신용카드의 속성을 활용해 환경부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카드사가 함께 만든 상품이다. 그린카드 이용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다수가 ‘환경보호라는 키워드를 연상하게 되고 친환경생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고 응답했다. 소비자가 카드를 쓸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환경보호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톱다운’식으로 당국이 주도해 환경보호를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보호에 참여하는 ‘보텀업’ 방식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의 그린카드는 세계적으로도 단연 독보적이다. 선진국에서도 이런 유의 성공 사례는 없었다.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호평을 받고, 30조원 규모의 녹색기후기금(GCF)을 송도에 유치하는 데도 기여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성공사례로 전 세계에 소개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관심도 뜨겁다. 조만간 그린카드 플랫폼을 수출하는 사례가 만들어질 것 같다. 최근 대만 환경부 공무원들이 그린카드 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중국과도 협의 중이다.



 잦은 통상마찰과 역사인식 차이로 싸우기도 하지만 중국·일본은 우리의 옆집이다. 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베이징의 스모그를 막을 길이 없고, 동해에서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물고기만 골라 잡을 길이 없다. 동북아 환경문제는 3국 공동의 과제이기에 상시 대화채널을 가동해 서로 도우면서 지혜롭게 풀어야 하는 사안이다.



 큰돈을 들여 환경 캠페인을 시행하고, 표어를 만들어 홍보활동을 하고, 단속요원을 푸는 대신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그린카드처럼 효과가 입증된 환경보호 플랫폼을 글로벌화해야 한다. 동북아 공통의 관심사인 환경 메시지를 담은 그린카드로 중국과 일본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환경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 금융한류도 가능할 것이다.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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