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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둔감했던 대학 자극 … 과감한 투자 이끌어내"

중앙일보 2013.11.19 00:10 종합 17면 지면보기
서거석 전북대 총장(전국대학교육협의회장)


교육계·재계 기고문

서거석 전북대 총장
20년간 이어온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학평가로 자리매김했다. 평가 결과에 대학들은 일희일비하면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이제 경쟁이 일반화된 국내 대학의 현실을 감안하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완전무결한 제도는 없다. 중앙일보 평가에도 장단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국내 대학의 경쟁력 향상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변화에 둔감했던 국내 대학들이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과감한 투자를 하도록 유도했다. 반면 규모, 설립 목적, 유형이 서로 다른 대학들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다 보니 대학의 창의성·다양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랭킹(순위)’을 매기는 방식 역시 대학 서열화를 고착한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학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국내 대학의 상황을 고려하면 ‘평가를 통한 자기 진단’은 생존의 필수 요건이다. 대학들도 이 점에 주목했으면 한다. 순위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평가 결과를 대학 정체성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대학의 약점과 강점은 무엇인지 진단을 한 뒤 목표를 정하고 대학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중앙일보도 대학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모든 대학을 한 줄로 세우는 ‘순위 매기기’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학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를 통해 대학의 다양성을 살리는 방안도 모색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대학별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지표 개발이 시급하다. 과거의 명성, 소재지(서울·지방)에 좌우되는 평판도 지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박철 한국외 대 총장(전 사립대총장협의회장)



박철 한국외대 총장
1994년 시작한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우리 대학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대학과의 경쟁을 목표로 하게 만들었다. 본격적인 계기는 2000년대 중앙일보 평가에 국제화 지표가 추가되면서다. 그 결과 기업들이 외치던 글로벌화가 모든 대학의 슬로건이 됐다. 외국 학생과 영어 강의가 크게 늘었고 외국인 교수의 초빙, 외국 대학과의 학생 교류도 급증했다. 국내 학생의 해외 연수와 인턴십, 총장들의 세계 대학 방문, 교수의 해외 학회 참여도 늘었다.



 한국외대는 수년 전 150여 개에 불과하던 해외 교류 대학이 현재 535개로 급증했다. 해외에 매년 2000여 명의 학생을 내보내고 있으며, 또 같은 숫자만큼의 외국 학생들이 외대에 온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외대를 방문해 특별 연설을 한 것도 이 같은 국제화 노력의 결실이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대학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1990년대만 해도 교수들은 연구보다는 강의에 더 신경 썼다. 중앙일보의 교수연구 부문 평가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바꾸었다. 교수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해외 학술지(SCI급)에 논문을 쓰게 됐고, 대학은 연구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비 확충,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에 힘썼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하나의 잣대로 모든 대학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대학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공분야별 평가를 통해 대학의 특성화를 고무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외국어교육, 사회과학, 인문학, 경영학, 미술, 건축학, 공학, 자연과학 등 분야별로 크게 구분해 평가하는 것도 검토했으면 한다.



 세계가 점점 글로벌화함에 따라 국제화 부문 평가 비중도 높아져야 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지난해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은 7만 명으로 중국(23만 명), 인도(9만 명)에 이어 3위다. 인구 대비 유학생 수로 보면 한국은 중국보다 8.5배 많았다. 70%대의 대학 진학률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한국은 교육열이 높다. 반면 창조경제·미래사업 등을 이야기할 때마다 부실한 교육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의 교육열은 학부모·학생 등 수요자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하지만 학교·교수 등 공급자의 열기는 그리 느껴지지 않고 있다.



 질 높은 교육이 공급되지 않으니 사교육과 해외유학 열풍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일치는 대학에서 심각하다. 대학, 졸업생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쟁의 압력이 적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국내 대학 풍토를 바꾸고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두 가지 면에서 커다란 기여를 해왔다.



첫째, 교육시장이 공급자 주도 시장(Seller’s Market)에서 소비자 주도 시장(Buyer’s Market)으로 바뀌는 토대가 되었다. 한때 학생·학부모에겐 학력고사·수능의 ‘커트라인’만이 유일한 정보였지만, 이젠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둘째, 교수 역량과 재정 등 유의미한 정보가 제공돼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매년 공개하는 평가 결과는 교수들을 한층 노력하게 만들었다. 교육여건·재정 등 중앙일보 대학평가 요소는 총장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 됐다.



 20년을 이어온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한층 체계화된 평가지표로 거듭나길 바란다.



천인성 대학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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