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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나의 동업자" … 자연농법으로 황금알 낳는다

중앙일보 2013.11.19 00:05 1면
친환경(자연)농법으로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병덕 대표가 식구라 부르는 닭을 품에 안고 기념촬영을 했다.


자연농법으로 닭을 키우는 농사꾼이 화제다. 아산 송악면에서 아름다운 달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병덕(47) 대표가 그 주인공. 2011년 귀농한 그는 2314㎡(700여 평)의 대지에서 2000여 마리의 닭을 길러내고 있다. 또한 임 대표는 양계장을 운동장처럼 넓게 지어놓고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 놓았으며 모이도 일반 사료가 아닌 자신만이 개발한 친환경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닭을 자신의 ‘동업자·식구·자식’이라고 부르며 정성을 쏟는 임 대표를 14일 직접 만나봤다.

[부농의 꿈 일군 사람들] 임병덕 아름다운 달걀 농장 대표



임 대표가 닭을 들어보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닭은 임 대표의 사랑스런 식구



“저는 식구들에게 달걀을 재촉하지 않습니다. 인위적으로 달걀 생산량을 늘리면 그만큼 식구들이 부담스러워하거든요. 아이들이 편하게 지내면서 알을 낳고 싶을 때 낳는 것이야말로 자연농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날 오후 4시. 농장에서 작업을 하던 임 대표는 자신의 농장 경영 방식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닭을 닭이라 부르지 않고 ‘식구’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닭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아끼고 있다. 그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달걀은 일 평균 400여 개. 닭을 키우는 숫자에 비하면 소량이지만 그는 달걀 개수에는 욕심이 없다. 달걀의 개수보다 질을 따진다. 영양가 있고 맛있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닭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 마리 수에 비해 넉넉한 공간으로 양계장을 꾸몄다. 대개 양계장에는 닭들이 온도를 올려주기 위해 히터 등이 설치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가 닭들에게 마련해준 양계장에는 히터가 없었다. 그대신 내부 조형물 등이 꾸며져 있었고 닭들은 그 조형물에 올라가 잠을 청하기도 했다.



“양계장의 내부 온도가 높아지면 겨울에도 아이들의 체온이 올라가 산란율이 높아지죠.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죠. 자연 그대로 아이들이 살 수 있도록 양계장을 직접 꾸몄어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잠을 잘 때 성인 허리 높이의 나무에 올라간다는 습성도 파악해 내부 조형물을 설치했습니다.”



 먹이 역시 시중에 판매하는 일반 사료가 아닌 자신이 직접 개발한 친환경 먹이를 준다. 콩비지와 쌀겨를 섞어 발효한 것에 들깻묵, 풀 등을 배합한 친환경 먹이를 준다. 계란이 크고 깨끗하게 보이도록 흔히 사용되는 착색제나 물세척도 하지 않는다. 멸균처리를 위해 자외선살균처리만 한다.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으면 쏟을수록 황금알을 선물해줍니다. 친환경 먹이를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긴 하지만 황금알을 낳기 위한 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친환경 먹이를 주니 아이들이 건강해 지는 것 같습니다. 따로 항생제를 먹이지 않아도 병에 걸린 적이 없어요.”



프랑스서 파견 근무하다 귀농을 꿈꾸다



임 대표는 서울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무역회사에 근무했었다. 고액 연봉을 받으며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그가 귀농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유럽 출장 때문이었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마을로 파견근무를 간 적이 있었어요. 농사를 짓는 마을 주민들이 행복해 보였죠. ‘나도 내 고향에서 행복한 전원생활을 해야겠다’고 그때부터 다짐했어요.”



서두르진 않았다. 7년여 동안 차근차근 귀농을 준비했다. 원래 동물을 좋아하기에 양계장을 운영하기로 마음먹고 쉬는 날이면 벤치마킹을 위해 큰 규모의 양계장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의 아내 역시 오래 전부터 귀농을 꿈꾸던 터라 함께 철저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1년 7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도시 생활을 접고 아산의 송악면 동화리(현 농가)에 귀농했다. 낯설지는 않았다. 외조부와 아버지와의 인연이 있었던 마을주민들이 임씨의 어릴 때 모습을 떠 올리며 반겼다.



 부엌이 달린 농가 주택의 방 하나를 월세로 얻어 아내와 농촌생활을 시작했다. 텃밭을 가꾸는 한편 양계에 도전했다. 토종 닭의 종란을 구해 직접 만든 부화기에 넣었다. 120개 가운데 80개가 부화했다. 80마리와 1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양계의 틀을 갖췄다. “벤치마킹을 하며 느낀 점이 많았어요. ‘저렇게 양계장을 운영하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 ‘건강한 알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닭이 건강해야 한다’라는 마음도 가졌죠.”



시행 착오 … 스스로 해결하며 성공 일궈



2년 새 임 대표 식구는 2000여 마리로 불었다. 자연농법으로 닭을 키우고 먹이를 공급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거듭한 끝에 이룬 성과다. 하지만 그는 식구를 불리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겨울 1000여 마리의 병아리를 부화시켜 양계장에 넣었는데 800마리가 순식간에 폐사했다. 연구 끝에 이유를 알고 보니 ‘질식사’였다.



 “아기들이 추운 겨울 야외에서 생활하다 보니 체온이 급감한 거죠. 체온을 높이려 본능적으로 자기들끼리 모여 자다가 서로 깔려 죽었어요. 안타까웠지만 그런 시행착오들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됐죠.”



 식구들이 늘자 자연스럽게 달걀의 생산량도 늘었다. 하지만 초보 농사꾼이다 보니 유통업체를 구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지인을 통한 입소문 이었다. 서울에서 알고 지내던 회사 동료나 친구들에게 달걀을 주문 판매했다. 처음에는 임 대표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달걀을 주문했던 이들은 이젠 단골손님이 돼 버렸다. 그만큼 임 대표가 정성을 들인 달걀이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귀농한 친구 달걀 한번 팔아주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지인들이 저희 달걀을 접한 뒤 그 맛에 푹 빠졌죠. 단골손님이 늘자 더욱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



 또한 그는 올해부터 원예농협 로컬푸드 매장에 자신의 달걀을 납품하고 있다. 지역 농업발전을 위해 시에서 원예 농협에 지역 농산물 코너를 개설했는데 그 코너에 임 대표의 달걀이 한 자리를 차지한 것. 6개월 전부터는 마을에서 임 대표의 농가를 포함해 총 5곳의 귀농농가들이 힘을 합쳐 공동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아직까지 ‘내 매출이 얼마다’라는 말은 못해요. 수익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농장에 자금을 투자해 달걀을 대량생산해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익이 좀 덜 나더라도 좋은 달걀을 생산해내고 싶어요. 내년 정도에는 농장 한 켠에 제가 살 집을 직접 지을 겁니다.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접근한다면 돈이든 행복이든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겠습니까. 저의 성공신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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