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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만 명 신용등급 상향 … 대출한도 늘어나고 금리 낮아져

중앙일보 2013.11.19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회사원 정모(42)씨는 얼마 전 은행창구에서 전세금 대출을 거부당했다.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신용등급 7등급이라서다. 신용등급이 나쁜 원인은 신용카드 연체와 캐피털사 대출 기록이었다. 정씨는 “해외출장 기간에 어쩔 수 없이 한 번 카드결제일을 놓쳤고, 새 차 살 때 은행보다 금리가 싼 캐피털을 택했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결국 저축은행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다.


KCB, 연내 새 평가시스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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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는 이런 억울한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평소 신용관리를 잘했다면 한두 번 연체나 2금융권 대출이 있더라도 등급을 안 내리는 쪽으로 신용평가 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정씨 같은 경우 은행권 거래 가능등급(1~6등급)으로 신용등급이 올라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양대 개인신용평가회사의 하나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정된 소득이 있고 대출금·공공요금을 성실하게 낸 사람에게 좋은 신용등급을 주는 새 평가시스템 ‘K-스코어’를 연말부터 금융권에 순차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KCB는 국내 약 4000만 명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회사다. 금융권은 KCB와 같은 신평사가 매긴 신용등급과 자체적인 고객 신용평가를 합산해 대출 한도·금리와 카드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KCB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면 전체등급 중 약 252만 명의 신용등급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저신용자(7~10등급) 중에서는 7등급 17만 명이 6등급 이상으로 신용등급이 올라 은행 대출이 가능해진다. 6등급 이내 소비자는 이를 근거로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확실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개인신용등급은 연체기록이나 대출 규모에만 의존해 기계적으로 매겨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평소에 잘 갚다가도 한 번만 연체하면 일주일 만에 등급이 내려가기 일쑤였다. 반면 떨어진 등급을 끌어올리려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9개월이 걸렸다. ‘내릴 때는 급행, 오를 때는 완행’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지적을 감안해 KCB는 신용등급을 올리는 데 걸리는 기간을 2~4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뿐만 아니라 실제 개인의 신용여력·신용성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기기로 했다. 정량적인 평가에 정성적인 평가를 더하겠다는 얘기다. 김상득 KCB 사장은 “그동안의 신용등급 평가방식은 주로 은행이 돈을 떼이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소비자의 부정적인 정보를 점검했다”며 “K-스코어는 소비자의 긍정적 정보를 최대한 반영해 합리적인 신용등급이 나오도록 바꿨다”고 말했다.



 우선 KCB는 4000만 명의 추정소득을 반영해 상환능력을 평가하기로 했다. 상환능력은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현재는 소득과 상관없이 대출금 규모가 많을수록 상환능력이 안 좋게 나온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 소득에서 지출·대출금을 뺀 금액을 상환능력으로 본다. 김정인 KCB연구소장은 “가계빚이 1000조원을 육박할 정도로 대다수가 빚을 안고 사는 시대에 단순히 대출금이 얼마인지만 평가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빚이 많아도 그걸 갚을 소득이 충분하다면 좋은 신용등급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현금서비스를 사용하거나 실수로 연체를 했을 때에도 등급을 깎지 않기로 했다. 가끔 현금서비스를 쓰거나 깜박하고 카드대금이나 대출금을 못 냈는데 등급을 깎는 건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개인이 적극적으로 신용등급을 관리하면 등급이 잘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KCB가 새로 만든 웹사이트 신용과 사람(www.sinsa.co.kr)에 국세·건강보험·국민연금과 같은 납부 정보를 기록하면 등급 결정 때 반영한다. 자신의 소득이 KCB의 추정소득보다 적을 때에도 국세청 소득증명서를 등록하면 신용점수가 올라간다. 김정인 소장은 “자신의 신용을 잘 챙기는 사람이 연체할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의 설문에 따르면 국내 성인남녀 중 60%는 자신의 신용등급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5명 중 1명꼴로 신용등급 때문에 불이익을 경험했지만 정작 절반 이상(54%)은 신용등급 하락 조건을 모르고 있었다.



 금융권에서는 연말 신한은행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도입이 결정되면 소비자의 권리 보장 차원에서 새로운 평가방식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KCB는 내년 중 금융회사 도입을 확대해 2015년까지 전 금융권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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