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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제품도 한국만 비싸 … 스토케 유모차, 미국의 1.4배 … 헌터부츠, 일본의 1.5배

중앙일보 2013.11.19 00:01 종합 6면 지면보기
지난달 23일 일본 오사카역 앞 다이마루 백화점 8층. 진열대 위엔 두꺼운 재킷·장갑·목도리·점퍼 등 겨울 상품이 그득하다. 이 중 리바이스 ‘캐주얼 워시아웃벨트’는 4725엔(약 5만866원)에 팔리고 있었다. 국내 백화점 판매가(6만1200원)보다 약 1만원 넘게 저렴했다. 미국 현지 소매가격은 38달러(약 4만736원)였다. 다이마루 백화점 매장 점원 구루다(古田·여)는 “병행수입 제품을 구입하는 쇼핑족이 늘면서 리바이스 본사도 매장 제품의 가격을 더 낮추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을 찾은 기무라 가스미(木村香純·27·여)는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앤코 목걸이는 매장에선 2만 엔(약 20만원)이지만, 병행수입 업자가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1만 엔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가격 경쟁이 실종된 한국 수입품 시장에선 소비자는 안중에 없다.


칠레 와인 '1865' 미·일 2배
국내서 생산하는 코카콜라
미국 현지보다 2.6배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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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가 10월 중순~11월 초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13종의 수입품 한·미·일 소비자가격을 현지에서 직접 살펴본 결과다.



 폴로의 경우 올 7월부터 국내 가을·겨울 신상품 가격을 최대 40% 인하했지만 여전히 미국보다 30% 정도 비싸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뜨고 있는 브랜드인 프레드페리 남녀 피케셔츠는 미국(85달러·약 9만1120원) 가격이 국내 가격(15만8000원)의 절반(58%) 수준에 불과했다.



  어린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노르웨이 스토케 유모차도 국내 판매 가격이 159만8000원으로 미국보다는 약 40만원, 일본보다는 약 20만원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최근 국내 판매가를 종류별로 10만원씩 내린 덕이다.



 한국에서만 유독 비싼 것은 유럽 제품도 매한가지다.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신어 유명해진 영국 헌터부츠도 일본 편집매장 판매 가격이 1만2600엔(약 13만5642원), 미국 가격이 150달러(약 16만800원)로 국내 판매가격(19만8000원)이 한·미·일 3국 중 가장 비쌌다.



 특히 심각한 가격 차이는 생활 필수품이라 할 만한 식료품이다. 코카콜라는 미국보다 164%, 일본보다 25% 비싼 가격에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코카콜라는 미국 브랜드지만 국내에서 생산된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지난 3년간 국내 판매가격을 47.7%나 올렸다. 이번 한·미·일 가격 비교에서는 빠졌지만 와인 가격 차이도 크다. 칠레산 ‘1865’ 와인의 한국 판매가격은 4만7000원이지만 미국에선 거의 절반 수준인 2만5000원 선이다. 일본에서도 매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2만5000~3만원이면 1865 한 병을 살 수 있다.



 수입 제품의 유통구조는 해외 본사→국내 수입품 판매법인인 ‘○○○코리아’ 또는 한국 수입권자→대리점·백화점·면세점·로드숍 등 유통 판매처→소비자 등 보통 4단계로 이뤄진다. 유통구조가 복잡한 편은 아니다. 수입업자들은 “백화점 수수료가 높고, 매장 임대 비용도 비싸며, 광고 등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들어 국내 판매가격이 비싼 것”이라고 항변한다.



 유통·소비자 전문가들은 독점권을 가진 수입업자와 해외 본사들이 가격을 부풀려 책정하는 데 원인이 있다고 본다. 미국 회사로부터 식품을 수입해 파는 국내의 한 식품회사는 “가격에 대해서는 우리가 말도 못 꺼낸다”고 털어놨다. “가격을 낮춰 공급해 달라고 하면 공식 수입업체를 바꿔버릴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대책도 문제다. 올해부터 병행제품의 진품 여부를 보증하기 위해 QR코드( 관련 휴대전화 앱으로 찍으면 정보가 나옴)를 도입했지만 되레 병행수입 장벽만 높였다. 식품 병행수입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검증된 브랜드 제품인데도 성분표를 다시 요구한다”며 “이런 규제는 독점 수입권자의 권리만 보호해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전 수입품 영역에 30년 전부터 활발히 병행수입을 도입하면서 수입품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일본 전체 수입 물량의 40% 정도가 병행수입으로 들어온다. 일본 병행수입 업체 관계자는 “일본에선 신제품 가격을 정할 때 공식수입 업체가 병행수입 업체와 가격을 의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지영(뉴욕)·박태희(오사카)·구희령·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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