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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대 병행수입 업체 사장도 "회사명 공개 말라, 문 닫게 된다"

중앙일보 2013.11.19 00:01 종합 7면 지면보기
병행업체 사장, 안영미 이마트 부장과 병행업체 임원(왼쪽부터)이 미국 물류창고에 쌓인 병행수입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달 22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70여㎞ 떨어진 곳의 한 대형 물류 창고. 미국에서 브랜드 제품을 구해 한국·일본·유럽 등에 공급하는 미 동부 최대의 병행수입업체 B사가 빌려 쓰는 창고다.


접선하듯 뉴욕 근처서 만나
"한국 수입총판서 마진 횡포
독점 지위 누리려 사업 방해
수입 다변화해야 가격 내려"

 회색 콘크리트로 된 전체 건물의 4분의 1가량을 B사가 임대해 쓰고 있다. 가방·벨트·지갑·옷 등 겨울용 신상품 50만 달러어치를 담은 박스들이 건물 1층 높이만큼 빼곡히 쌓여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다.



 창고에 들어서자마자 보안요원이 막아 섰다. 그는 “회사로부터의 사전통보가 없으면 일절 출입할 수 없다”며 “통보가 있었어도 소속·이름을 정확히 남겨 달라”고 요구했다.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군사시설처럼 보안이 까다롭다.



 창고로 안내하던 B사의 A사장은 “창고 위치와 보관 중인 제품 브랜드, 우리 회사 이름을 절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A사장은 한국계다. 그는 2003년 미국에서 병행수입사업을 시작해 10년째 회사를 운영 중이다. 매출과 취급 물량으로 미국 내 3위 안에 들 정도로 회사를 키워 수입품 가격과 병행수입에 관한 최고 전문가다. 물론 합법적인 사업체다. 그는 기자에게 명함을 건넸지만, 자신의 이름과 회사 이름이 노출될 경우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사업에 지장이 온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국내 언론을 상대로 한 인터뷰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공식 수입업체들의 요지경 가격 정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통상 도매 가격의 2.5배인 미국 소비자 가격이 한국만 가면 4.5배로 뛴다. 정식 수입업자들이 한국에선 턱없이 마진을 많이 남기기 때문이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보통 소매가 100달러에 미국 현지에서 팔리는 제품의 현지 도매 가격은 60달러 정도다. 소매가의 60%인 셈이다. 여기에 관세와 한국 유통업체 마진, 나 같은 병행수입업체가 가져가는 마진을 모두 붙여도 미국 현지 소매자와 비슷하거나 10% 정도 비싸게 파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정식 수입업체들은 미국 소매가보다 최저 50%에서 많게는 두 배나 비싸게 제품을 판다. 비싸게 팔수록 고급 제품 대접을 해주는 한국 소비자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든 배짱 가격 정책이다.”



  그는 “병행수입제품 공급은 한마디로 해외 브랜드의 한국 판매법인인‘OOO코리아’ 혹은 한국 총판과 벌이는 숨바꼭질 싸움”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미국 여행가방 브랜드의 한국 지사가 자신의 회사를 고소하는 바람에 10만 달러(약 1억700여만원)를 내고 법정 밖 합의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제품 공급선도 끊어졌다. 그는 “한국 지사가 미국 법정에 고소한 명목은 계약 위반이었다”고 전했다. “미국 밖의 지역에선 물건을 팔지 못하도록 한 조항을 문제 삼았다”고 그는 말했다. 이렇게 한국 지사가 미국 병행수입업체의 사업을 막는 데 필사적인 이유는 병행수입업체들이 물건을 싸게 들여와 팔면 자신들의 이익이 줄기 때문이다.



 병행수입업체가 브랜드 제품을 사들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미국 내 또 다른 도매상을 통해 사들이거나, 브랜드와 정식 도매 계약을 체결하고 도매가로 공급을 받거나, 아니면 샘스나 월마트 같은 미국내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대량으로 사들이는 방법이다. 이 와중에 ‘OOO코리아’와의 숨바꼭질이 상시 진행된다. ‘OOO코리아’는 소송 외에도 병행수입업체의 제품 구입 자체를 아예 막아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경로로 제품을 구입하는지는 병행수입업체들마다 1급 비밀이다. 알려지는 순간 제품 공급이 끊길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병행수입업체들 사이에 인기 있는 브랜드는 미국 등 해외시장과 한국의 판매 가격 차이가 유달리 큰 제품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벨기에 배낭 브랜드인 키플링이다.



 한 대형마트가 지난해 병행수입업체로부터 대량 물건을 들여와 키플링 공식수입업체가 파는 가격의 절반 수준에서 제품을 팔았다.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에 당시 1년간 총 12만 개, 100만 달러어치의 키플링 가방을 팔았다. 이는 미국 최대 규모 백화점 맨해튼 소재 메이시즈에서 키플링이 한 해 팔리는 물량과 맞먹는 양이었다고 한다. 미국 현지 소매 판매 가격이 49.50달러인 캘빈 클라인 어린이 원피스도 마찬가지. 한국 총판이 한국에서 미국 판매가의 100~200% 가격에 파는데, 병행수입업체는 이를 미국 현지 가격보다 10% 정도 비싼 수준에서 공급할 수 있다.



◆특별취재팀=최지영(뉴욕)·박태희(오사카)·구희령·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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