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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서민 돈으로 공기업 부실 해소하나' 논란

중앙일보 2013.11.19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서승환
“LH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하면 주택기금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선도적으로 출자해야 합니다.”


서승환 "LH 재무구조 개선에 주택기금 활용"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관련한 서승환(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주요 공공기관장들에게 “파티는 끝났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공공기금으로 LH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 장관은 1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회 국제주택금융포럼’에 참석해 “주택기금과 선진 주택금융기법을 활용, LH의 공공 임대주택 공급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주택기금의 관리 주체인 국토부 장관이 앞으로의 기금 활용 계획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서 장관 발언이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기금의 재원 때문이다. 주택기금은 정부 예산, 청약저축, 로또 등 복권 판매 수익이 주요 재원이다. 서민·중산층이 직·간접적으로 내는 돈으로 조성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익성 없는 정부 추진 사업과 자체적인 방만경영 때문에 악화된 LH의 재무 상황을 서민 돈을 사용해 해소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포럼에 참석한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재무 개선 문제가 본안 토론에서도 나온 것을 봤을 때 서 장관 발언에서 그와 같은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원가 이하로 임대료를 받도록 통제해온 정부가 LH 재무 문제에 일정 부분 책임은 져야 한다”면서도 “다만 재정이 아닌 주택기금을 활용하는 것은 투명성이 떨어져 ‘국민 앞에 솔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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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서 장관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 방안을 의식한 듯 ‘LH’란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말머리에서 그는 “경제성장 둔화와 주택시장 장기침체 때문에 재정부담 걱정이 없이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그동안 공공 임대주택 공급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던 LH는 개발이익 축소와 막대한 부채로 인해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38조1000억원의 빚을 지고 부채비율이 466%에 이르는 LH의 상황에 대해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LH의 부채는 2016년 166조3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기금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공기업 재무 개선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주택기금에 모인 돈만 45조원이다. LH 부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이 1년 만에 조성된 것이다. 기금의 총 자산규모는 6월 말 기준 101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주택기금 활용 방안 중 하나로 서 장관은 리츠를 언급했다. 리츠는 보통 임대사업을 하는 부동산투자회사를 칭한다. 7월엔 국토부가 4·1 부동산 대책 후속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국 미분양 주택 1000가구를 사들여 임차인을 구하는 방식의 ‘수급 조절용 리츠’를 소개했다. LH도 주택담보대출의 상환과 이자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하우스 푸어’의 주택을 구입해 기존 소유자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게 해주는 ‘희망리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희망리츠 사업에 주택기금을 활용하면 LH는 주택을 구입할 때 필요한 추가 예산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또 적정 임대료를 받는다면 LH가 공익성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공기업의 회계 상태 때문에 서 장관 발언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기업의 재무상태표만으로는 이를 보는 국민이 총부채의 몇 %가 어느 사업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자금 사정이 어려운 LH에 주택기금을 투입해 임대주택 사업에 쓰도록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주택기금이 서민을 위한 임대사업에 쓰이는지, 세종시 건설이나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 정부 목표 사업을 위해 쓰이는지 국민이 투명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금만 투입되면 ‘부실한 재무 현황에 물타기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서 장관 발언이 자금 운영의 투명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장우철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지난주 부총리 지시대로 LH 등 공공기관이 사업별 회계 내역을 공개할 것”이라며 “주택기금을 리츠 사업에 실제 쓰는지 안 쓰는지 그 돈의 사용처를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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