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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연설 때 검은 넥타이" … "콩가루 소리 들으면 안 돼"

중앙일보 2013.11.14 00:49 종합 5면 지면보기
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빈 기자]


“민주당은 다른 얘기는 다 들어도 ‘콩가루’라는 소리는 들으면 안 된다.”

민주당 의총서 강온파 갑론을박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민주당 유인태 의원이 13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 말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세 시간 동안 이어진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가 끝나갈 무렵 나온 한마디였다.



 중진인 유 의원이 ‘콩가루는 안 된다’고 한 이유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때문이다. 민주당이라는 한 집단 내에서나, 대통령과 제1야당 간에나 지켜야 할 질서나 예의가 흐트러져선 안 된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놓고 강·온파 간 갑론을박을 벌였다. 당초 인사청문회 이후의 정국 대응 방안을 모색하려던 회의는 이 문제에 막혀 뚜렷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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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수미 의원=“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시정연설에 (민주당이) 참석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불참하고 싶다. 단 지도부가 지시하면 따르겠다.”



 ▶최민희 의원=“시정연설에 참석하더라도 통일된 저항의 표시를 해야 한다. 모두 검은 양복을 입든지.”



 진성준 의원은 “대여 투쟁을 위해 의원직을 걸 만큼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직 총사퇴’와 같은 극단적 카드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 의원 모두 초선·비례대표·친노무현계로 분류된다.



 민주당 지지율이 20%대에 고착돼 있는 데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시민단체 출신의 초선인 김기식 의원은 “3일간의 국회 일정 보이콧이 무엇을 남겼나. (당 지도부가) 전략이 없다”고 비판했다. 윤후덕 의원(초선·친노)도 “대여투쟁 방향이 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486그룹의 최재성 의원(3선)은 “상임위 중단은 무거운 사안”이라며 “(원내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초선·소장파들의 발언 수위가 올라가자 온건파의 반론도 등장했다. 3선의 김동철 의원은 “국민이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기준으로 (민주당의 향후 행보를) 판단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황주홍 의원은 “감정과 분노가 여과 없이 공개되기보다는 절제하는 게 필요하다”며 “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중진들이 나서 분위기를 다독이려 했다. 5선의 이석현 의원은 “시정연설 전에 검은 넥타이와 검은 스카프 등을 하고 우리 요구가 대통령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알리면 된다”며 중재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신기남 의원(4선)도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지지율이) 20%를 넘으면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초선들을 달랜 뒤 “시정연설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면서도 뭔가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초선과 중진 간의 대화를 지켜보던 유 의원은 ‘콩가루 불가’ 발언을 했다. 그러곤 이런 취지로 설명했다.



 “원래 예의상 국가 원수가 올 땐 일어나는 거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첫 방문(2003년) 때 한나라당 의원 중 일어난 사람은 다섯 손가락에 꼽았다. 그냥 자유의사에 맡기자. 무슨 검은 넥타이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그건 우스운 거다. 예의를 지키고 싶은 사람은 일어나는 것이고, 한나라당도 안 일어났는데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 사람은 앉아 있으면 되고. 알아서 하자고 알아서.”



  유 의원이 나서며 분위기는 진정됐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 집단적 불참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지도부 인사는 의총 후 “검은 리본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기립 여부도 개인의 뜻에 맡기는 게 낫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간의 예결위·상임위 보이콧도 거두기로 결정했다.



 정호준 원내내변인은 “일단 14일부터 다시 국회를 정상화한다”며 “시정연설을 듣고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회특위 구성 등에 대해 전향적 언급을 해달라는 압박이다.



글=이소아·이윤석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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