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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의원님들 언행 컨셉트는 '거칠게 무례하게'

중앙일보 2013.11.14 00:35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웬 아이들이 저렇게 거칠고 무례할까’. 최근 TV에서 고등학생들이 무례함의 끝을 달리는 얘기로 한 시간을 채운 드라마를 보곤 살짝 어이가 없었다. 제목이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다. 도대체 그 무게가 얼마기에 아이들이 저 모양일까 궁금해 1회부터 다시 봤다. 결론은, 무게는 모르겠는데 그들은 분명 예의를 상실한 스스로를 견디고 있는 것으론 보였다. 이 사회 0.1% 자녀로 태어나 그 지위를 자신의 상속분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예의라곤 배우지 못했을 거라고 치부하는 작가의 상상력에 실소하며 드라마라 그러려니 하고 치웠다.



 하나 내 생각이 짧았다. 요즘 0.1% 어른들의 언행을 보고 있자니 그 거칠고 무례한 태도도 상속될 거라는 작가의 상상력이 차라리 통찰력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대중에게 늘 노출되어 있는 국회의원들은 요즘 누가 더 거칠고 무례한지 내기라도 하는 듯하다. 최근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박근혜씨’ 발언. 그가 거론한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아니라면 언급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굳이 직함을 무시하며 그렇게 무례히 구는 건 뭔지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에 맞서 나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의 ‘석고대죄’ 발언은 또 무슨 시대착오적 발상인지. 조선시대도 아닌데 한 정당 대표에게 거적에 엎드려 처벌을 기다리라니, 양자가 막상막하다. 새누리당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야당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뭐라고 불렀는지 상기해 본다면 국가원수에 대한 무례한 호칭이 정치권에서 시작됐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발언은 시쳇말로 ‘거칠게 무례하게의 끝판왕’이다. 김 의원은 대통령 유럽순방의 들뜬 분위기를 싸늘하게 식히며 대미를 장식하더니 기자회견을 열곤 자신의 행위를 미화하기에 바빴다. 그러곤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말이 그렇게 나쁜 말인가요?” 하고 반문했다. 자신의 언행이 나빴는지 좋았는지 판단력조차 없다니 더 걱정이다.



 이 장면이 생각난다. 불과 한 달 전 한글날에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정치인들의 막말 자정’을 외쳤다. “19대 국회 개원 후 회의록을 분석하니 막말 또는 품격이 떨어지는 말이 377회에 달했다”며 “정치권에서 한글을 통해 오가는 말이 가히 곱지 않아 송구스럽다”고 했다. 한데 자정 각오의 말이 떨어져 고물 묻을 새도 없이 또 ‘송구스러운 말’들이 난무한다. 정말 걱정스러운 건 이젠 웬만한 국회의원 막말에 일반인들은 그러려니 하며 무뎌져 간다는 거다. 이에 우리 아이들이 높은 사람들은 원래 그런 거라고 착각하게 될까 봐 두렵다. 그런데 아니다. 그들의 언행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우린 꼭 기억해야 한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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