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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탄 차 빠졌다, 태풍 속 바다 뛰어든 영웅

중앙일보 2013.11.14 00:12 종합 16면 지면보기
지난달 8일 운전자를 구한 직후 젖은 채로 병원을 찾은 김민철씨. 구조 때 다친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다. [사진 통영소방서]
지난달 8일 오전 11시20분쯤 경남 통영시 광도면 조선소 선착장 부두. 정모(56·여)씨의 마티즈 승용차가 후진을 하다 그대로 바다에 빠졌다. 이날은 24호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바람이 거셌고, 파도도 사나웠다. 이때 어선을 타고 근처를 지나던 어민 김민철(35)씨가 승용차 추락 장면을 목격했다. 김씨는 태풍 피해 방지를 위해 어구를 확인하고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대로 놔두면 승용차 운전자 정씨는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 김씨는 동료에게서 망치를 건네받고 사나운 파도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김씨는 “수압 때문에 차 문이 열리지 않을 거라고 예상해 망치를 들고 물로 뛰어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올해의 시민영웅상 22명
철길 구조 중 숨진 박중하씨
칼 든 강도 붙잡은 고병훈씨

 바닷속 상황은 안 좋았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거센 물살이 김씨를 괴롭혔다. 가라앉는 승용차에 매달려 망치로 수차례 창문을 내리쳤지만 조그마한 구멍이 뚫리는 데 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창문을 부수려던 망치마저 놓치고 말았다. 다급해진 김씨는 맨주먹으로 유리를 깨뜨려 차문을 열고 가까스로 정씨를 구해냈다. 부둣가로 나온 그의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다쳐 피가 흘러내렸다.



 태풍도, 거센 파도도 생명을 구하려는 그의 용기를 막을 순 없었다. 하지만 김씨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행동을 용기가 아닌 사람의 도리라고 했다.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라면 바다로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 바닷가에 살아서 물은 겁나지 않았다”며 “다친 손가락도 열두 바늘 정도 꿰맸는데 지금은 실밥도 다 풀고 괜찮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김씨는 14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회장 차흥봉)와 S-OIL이 수여하는 2013 올해의 시민영웅상을 받는다. 보건복지부·경찰청·중앙일보·KBS가 후원한다. 시민영웅상은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의로운 시민들을 격려하는 상이다. 2008년부터 매년 시상한다. 올해 수상자는 김씨를 포함해 22명이다. 특히 지난 9월 부산시 진구 범천동 동해선 열차 선로에 추락한 이웃 주민을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숨진 고(故) 박중하(70)씨는 시민영웅 의사자(義死者)로 선정됐다.



 김씨와 함께 고병훈(40)·박종만(31)·김재성(24)씨 등 4명이 의상자(義傷者)로 뽑혔다. 고씨는 지난 9월 부산시 영도구의 한 아파트단지 내 마트에서 여주인 이모(50)씨를 칼로 찌르고 도망치던 강도를 경찰과 함께 쫓아가 붙잡았다. 박씨와 김씨는 지난 5월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의 상가 화장실에서 한 여성을 강제 추행하려다 도망치는 피의자를 함께 붙잡았다. 지난 6월 평택역 승강장에 떨어진 취객을 구한 정영운(23)씨 등 17명은 시민영웅 활동자로 뽑혔다. 시민영웅상 수상자들에겐 500만~2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S-OIL 나세르 알마하셔 CEO는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남을 돕기 위해 나선 시민영웅들이야말로 이 사회의 진정한 영웅들”이라면서 “앞으로도 S-OIL은 영웅지킴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영웅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2013 시민영웅 수상자 명단



◆의사자=고(故) 박중하(70)

◆의상자=박종만(31)·김재성(24)·고병훈(40)·김민철(35)

◆활동자=김광석(52)·조세연(51)·최석진(59)·장우현(21)·김상규(44)·장현량(38)·배상수(33)·강석규(31)·권원익(28)·권윤일(28)·김기성(28)·임현석(47)·정영운(23)·김민철(19)·현준혁(19)·이동우(19)·박신권(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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