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을 악취 뿌리뽑기 대작전

중앙일보 2013.11.13 01:10 종합 16면 지면보기
가을이면 은행나무 열매가 악취를 풍긴다. 지난 10일 경북 경산시 중산동의 한 버스정류장 옆 도로와 인도에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져 뒹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8일 대구 남구 대명동 영대네거리. 주부 넷이 인상을 찌푸린 채 걸음을 재촉했다. 가로수로 다가가자 대변 냄새 같은 악취가 났다. 노란색 은행나무 낙엽 위로 떨어진 은행 열매가 풍기는 냄새였다. 영어학원 강사 미국인 A(32)는 “10, 11월이면 도심에서 악취가 난다”며 “은행나무 열매에서 냄새가 난다는데 그런 나무를 왜 그냥 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 김창일(38·달서구)씨는 “밟지 않도록 열매를 피해 걸어 다녀야 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열매 맺는 은행 암나무만
대구 가로수로 1만4000그루
민원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수나무로 모두 교체 추진

 암나무 열매에는 비오볼과 은행산이라는 물질이 있다. 이들 물질은 대변 같은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그동안 냄새가 나도 두었던 은행 암나무가 뽑히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는 대신 열매가 달리지 않는 수나무를 심고 있다. 대구지역 구청은 지난달부터 은행 암나무를 제거하고 있다. 대구 중구와 수성구·달서구 등은 1그루에 160만원하는 은행 수나무를 별도 구입해 악취 민원이 많은 횡단보도와 버스승강장 주변부터 암나무를 뽑아내고 수나무를 심고 있다.



 대구에는 전체 19만1800여 그루의 가로수가 있다. 이 중 은행나무는 4만7100여 그루며 제거해야 할 암나무는 1만4000여 그루다. 대구 지역 기초자치단체는 지난달 민원이 집중되는 달구벌대로 반월당~계산오거리(500m), 동대구로 범어네거리~두산오거리(3㎞), 비슬로 대곡역~화원고등학교(1.5㎞) 횡단보도와 버스승강장 주변 암나무 75그루를 수나무로 바꿔 심었다. 향후 10년간 매년 순차적으로 예산을 들여 도심의 모든 암나무를 교체할 방침이다.



 뽑은 암나무는 폐기하거나 달성군 논공공단, 수성구 황금동 두리봉터널 주변에 별도 서식지를 만들고 있다. 경북은 열매만 수거해 악취를 줄이는 방법을 쓴다. 경북지역 23개 시·군에는 모두 1500여 그루의 은행나무 가로수가 있다. 이 중 암나무는 470여 그루로 많지 않은 편이다.



 은행나무는 고유의 대기 정화력과 병충해에 강한 이점 때문에 그동안 가로수로 많이 채택됐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관리하기 쉽다는 이유로 악취에 대한 고민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은행나무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도심 곳곳에 심어졌 다.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은 은행나무 잎의 DNA를 분석해 암수 구별법을 처음 개발했다. 그래서 올해부터 지자체별로 암나무 제거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대구시 공원녹지과 이진충(34) 주무관은 “수령이 15년 이상 되면 열매 여부에 따라 암수 구별이 가능하지만 어린 나무는 구별이 쉽지 않다”며 “앞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암나무를 계속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