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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회 보이콧이 민주당식 민생정치?

중앙일보 2013.11.13 00:33 종합 33면 지면보기
하선영
정치국제부문 기자
12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 테이블은 절반만 찼다. 비어 있는 자리는 민주당 몫이었다. 민주당은 전날부터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다. 김광림 의원 등 결산심사소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 네 명과 정부부처 공무원 10여 명은 오전 내내 민주당 의원들을 기다리다 돌아갔다.



 예결위는 11일부터 나흘간 2012년도 집행 예산에 대한 결산심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틀째 무산됐다.



 민주당은 보이콧 연장 여부를 13일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설령 내일부터 결산심사가 이뤄져도 이틀간 정부의 수입과 지출을 모두 심사한다는 건 무리다. 다른 상임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9월부터 시작한 정기국회의 회기 대부분을 허비했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시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8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및 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차별 수사에 항의하며 국회 일정을 ‘1일 보이콧’한 지 이틀, 천막당사를 철수한 지 만 하루도 안 돼서다. 지금까지 정기국회 100일 회기 중 민주당이 실제로 일한 건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사청문회·대정부질문 등은 우리 당이 공세적 국면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무대라 굳이 국회를 포기할 이유가 없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민주당 당직자조차 이번 ‘파업’은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또다시 ‘보이콧 카드’를 꺼낸 건 당내 강경파가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이자며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간 장외투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피해 민주당이 택한 건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변칙 전술이었다. 시청광장의 천막당사에서 장외투쟁은 지속하면서도 동시에 국회 내에서 열린 국정감사는 모두 참여하는 식이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상임위와 예결위는 거부하고 인사청문회는 참석하는 변칙을 쓰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틈만 나면 ‘민생’을 강조한다. 지난 11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김 대표는 “민생이 대단한 위기에 빠져 있다”고 했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는 명분도 민생이다. 논쟁은 특검에 맡기고 여야는 민생에 집중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정국 주도권을 쥐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인사청문회는 진행하면서 민생을 다루는 상임위 활동은 불참하는 게 민주당이다. 참 이상한 민생정치다.



하선영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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