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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의 무시무시한 태클 … 이청용이 고마워한 까닭

중앙일보 2013.11.13 00:31 종합 31면 지면보기
이청용(左), 밀러(右)
톰 밀러(23·잉글랜드). 한국 축구팬 사이에 악명 높은 잉글랜드 5부리그 출신 선수다. 2011년 7월 이청용(25·볼턴)은 톰 밀러의 ‘살인 태클’ 때문에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그런데 오히려 톰 밀러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이가 바로 이청용이다. 지난달 말리와 A매치 후 인천공항에서 만난 이청용의 부친 이장근(53)씨는 “청용이는 톰 밀러에게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귀 1년 반 된 한국 공격의 핵
정강이뼈 정확히 두 동강 나 다행
잘게 부서졌으면 축구 관뒀을뻔
스위스·러시아전서도 활약 기대

 이청용의 축구 인생은 늘 직진이었다. 부반장을 할 만큼 공부를 잘했지만 중3 때 FC 서울의 러브콜을 받아 프로행을 택했다. 육상선수 출신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스피드로 K리그를 평정했다. 2009년 이적료 44억원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으로 이적해 이듬해 볼턴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그해 남아공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우루과이전에 골을 넣는 등 승승장구했다. 실제로 첼시와 리버풀 등 빅클럽 러브콜이 있었다.



  하지만 2011년 7월 31일 뉴포티카운티와 프리시즌 경기 도중 밀러에게 거친 태클을 당해 큰 위기를 맞았다. 산소호흡기를 쓴 채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 후 전치 10개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수술 후 깨어나자 다리가 퉁퉁 붓고 고름이 줄줄 흘렀다. 고통이 극심한 데도 환자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셀카 사진을 가족들에게 보냈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에게 전화를 걸어 태연하게 ‘형, 맨유 경기 보러 온 내 친구 표 챙겨두셨죠’라고 묻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톰 밀러는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청용이는 고맙다고 했다. 정확히 뼈가 두 동강 나서 다행이지 만약 뼈가 잘게 부서지는 태클을 당했다면 축구를 그만뒀을 것이라는 거다. 오히려 톰 밀러가 죄책감에 힘들어 할까봐 걱정하더라”고 전했다.



 이씨는 “힘든 재활 기간 내내 청용이는 인상 한 번 안 찌푸렸다. 그저 축구를 계속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이청용은 2012년 5월 그라운드에 컴백했다. 이씨는 “청용이는 한동안 경기 후 금속핀을 박은 정강이뼈 부위가 시려 잠도 못 이뤘다. 이를 악물고 경기장과 훈련장, 집만 오가니 통증이 점차 사라졌다. 축구를 그만둘 때까지 금속핀은 놔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상 후 28개월이 흐른 지금, 이청용은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다. 더기 프리드먼(39) 볼턴 감독은 “난 이청용의 팬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최강희 전 감독에 이어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도 대표팀 에이스다. 이청용은 지난달 아이티전에서 페널티킥을 2개 유도했고, 말리전에서 2도움을 기록했다. 15일 스위스, 19일 러시아와 평가전에서도 이청용이 공격의 중추가 될 전망이다.



 이청용은 축구 실력만큼 인성도 훌륭하다. 대스타가 됐지만 중학교 동창과 5년 넘게 교제 중인 순정파다. 광고업계에서도 이청용을 주목하고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블루칩이 박지성이었다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에서 대세는 이청용이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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