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밤 9시 되도록 헤매다 6450m서 비바크지 발견 … 만약 못 찾았더라면…"

중앙일보 2013.11.13 00:30 종합 30면 지면보기
암푸 1을 등정한 지 약 한 달이 흐른 지난 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안치영 대장과 김영미 대원을 만났다. 눈에 반사된 강렬한 햇빛 때문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던 얼굴은 여전히 검붉게 그을려 있었다. 하지만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오영훈 대원은 셰르파를 주제로 한 박사 논문을 위해 수년째 네팔에 머물고 있다.



베이스캠프 근처의 안치영 대장. 빙하 구간을 오르는 오영훈 대원. 해발 6450m, 첫날 비바크 사이트의 텐트. ‘악어의 이빨’이라 이름 붙였다. 정상에 오른 암푸1 원정대. 왼쪽부터 안치영 대장, 오영훈·김영미 대원. [사진 암푸1원정대]▷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세계 최초 등정이다. 주변 반응은.



 (안치영·이하 안) “주변 사람들만 알고 있다. 등정의 기쁨은 다 가셨다. 밥벌이 걱정이 우선이다. 그리고 다음 등반을 어디로 갈까 생각 중이다.”



 (김영미·이하 김) “회사에서 휴가를 내고 갔다. 사장님이 산을 좋아하셔서 많이 봐주신다. 이제부터 열심히 일해야 한다.”



 -중간에 왜 루트를 변경했나.



 (안) “원래는 남벽 능선을 타려 했는데 바람이 워낙 거세 남벽 중앙으로 붙었다. 현장에서 셋이 얘기하고 바로 결정했다. 다행히 중앙에 쿨르와르(거대한 수직 계곡)가 있어 이곳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비바크할 곳을 찾지 못해 밤 9시까지 벽 위에서 헤맸다. 기적적으로 악어의 이빨 같은 지점(6450m)이 있어 이곳에 작은 텐트를 쳤다. 고드름이 위, 아래에서 생겨 옆에서 봤을 때 정말 악어 이빨 같았다. (이곳을) 찾지 못했다면…. 생각하기 싫다.”



 -짐은 얼마나 지고 갔나.



 (안) “등반은 2박3일이었는데, 첫날만 무거웠다. 선등을 한 오영훈은 8㎏을 지고, 나와 김영미는 각각 15㎏을 졌다.”



 - 김 대원은 남자들과 한 텐트에서 잤나.



 (김) “그럼 어디서 자나. 볼 일만 조금 떨어져서 보고 다른 건 다 같이 했다. 형들은 텐트 안에 서서 절벽으로 오줌을 쌌다. 상관 안 했다.”



 (안) “영미는 바일(등반용 도끼)로 눈과 얼음을 수 미터는 까서 벽상에 (화장실로 쓸 수 있는) 테라스를 만들었다. 힘이 장사다.”



 -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안) “처음 원정대장을 해봤다. 후배들과 소통이 잘 될까 걱정했는데, 부지런하고 과묵하다는 점에서 서로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신세를 많이 졌다.”



 - 이번 원정으로 뭘 얻었나



 (안) “하고 싶은 등반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오래 전부터 이런 등반을 하고 싶었다. 마음에 드는 산을 찾아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 근래 산악계에 사고가 잇따랐다. 두렵지 않나.



 (김) “지난 2007년부터 줄곧 동료의 사고를 지켜보면서 삶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영석형 사고로 삶이 더 단단해졌다.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왜 산에 가나.



 (안) “나만의 미지의 산을 찾고 싶다. 클라이머로서 나에게 주어진 가장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산 다니는 사람이 산에 가지 바다에 가겠나.”



김영주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