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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수업 후 선생님께 하는 질문, 일대일 과외인 셈이죠"

중앙일보 2013.11.13 00:05 Week& 2면 지면보기
장지호군의 계획표. 스스로 이렇게 꼼꼼하게 계획표를 짜고 실천한다. 장군은 또 포스트잇을 갖고 다니며 질문 사항이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적어 교과서 등에 붙인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는 가상의 키보드를 치는 동작을 반복해 몸으로도 익힌다. (왼쪽부터)



엄마가 말려도 스스로 각종 대회 참가
"영어 말하기 대회는 최고의 사교육"
초등학교 때부터 매일 신문 읽어
유성고 1학년 장지호군

유성고등학교(대전광역시 유성구 소재) 1학년 장지호(16)군은 ‘진공청소기’로 불린다. 각종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상을 휩쓴다고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스펙 쌓기용으로 부모에게 등 떠밀려 나가는 게 아니라 순전히 본인 호기심 때문에 대회에 참가한다. 그런데도 초등학교부터 줄곧 전교 1등이다. 특히 고교 입학 후 중간·기말·모의고사 모두 전교 1등을 했다.



올 3월·6월 전국모의고사에선 각각 백분위 99.99%(상위 0.01%)와 99.98%(상위 0.02%)를 받았다. 그의 책상에 무슨 대단한 공부 비법이라도 숨어있는 걸까.



글=김소엽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장군을 만난 곳은 집이 아닌 학교다. 자료 찾기 쉽고 선생님한테 질문도 할 수 있어 주로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한다. 밤 10시 학교 도서관이 끝나면 인근 충남대 도서관에 가서 밤 12시까지 꼼짝 않고 앉아서 공부만 하다 나온다. 그는 “한번 자리에 앉으면 2~3시간은 훌쩍 넘긴다”고 했다. 스케줄만 보면 이런 ‘범생이’가 없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2012년 전국과학전람회 우수상, 같은 해 한국학생창의력대회 장관상을 받았다. 2010년엔 교과부 주최 북극탐사대에 선정돼 북극연구체험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교내외 과학과 영어 말하기 대회에는 무조건 참가한다. 한마디로 대회광(狂)이다.



 엄마 김은미(45)씨는 “공부할 시간도 부족할 판에 자꾸 이런 대회에 몰래 신청해 나가고는 덜컥 상을 받는다”며 “대회 준비할 시간에 공부하라고 설득해도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장군은 “시간을 쪼개 대회에 참가하면 오히려 긴장감이 생겨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며 “상을 통해 성취감도 얻을 수 있어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장군은 초등 6학년 때 KAIST 영재교육센터의 교육생(전국 8명 선정)에 뽑혀 영어회화와 수학, 과학, 문학, 통합 교육을 받았다. KAIST 영재교육센터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다. 여행 외에는 외국생활 경험이 없는데도 영어회화에 대한 불편함이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초등 1학년 때 잠깐 영어학원에 다녔을 뿐 어릴 때부터 영어 동요 테이프를 틀어주고 자기 전 30분씩 영어 책을 읽어준 게 전부”라고 했다. 하지만 장군은 “영어 말하기 대회에 꾸준히 참여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군에게 대회는 스펙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도구다. 특히 말하기 대회는 대회 규모를 따지지 않고 눈에 띄는 대로 참여한다. 장군은 “말하기 대회를 통해 잘못된 발음을 고치고 어휘력을 키울 수 있어 최고의 사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독서량도 어마어마하다. 김씨는 “어릴 때부터 책은 정말 많이 읽었다”며 “한 권을 쭉 읽기보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책 여러 권을 바닥에 나열하고는 한 권을 먼저 읽다가 엉덩이에 깔고 앉고 다른 책을 읽다가 깔고 앉았던 책을 다시 꺼내 읽는 식이다.



 장군은 초등학교 때 엄마와 함께 한 달에 두 번씩 구립도서관에 갔다. 대출이 1인당 3권까지인데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 엄마, 누나 등 모두 6명의 명의로 18권을 빌려와 매주 12권씩 읽었다. 장군은 주로 학습만화를 고르고 엄마가 과학·역사·경제 관련 도서를 골라와 1:3비율로 읽게 했다. 김씨는 “여러 권을 섞어 읽는 스타일이니까 내가 읽히고 싶은 책을 슬쩍 주변에 두면 큰 거부감 없이 함께 읽더라”고 말했다. 고교생인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권은 반드시 읽는다. 시험기간이라도 2주에 2~3권은 읽는다.



 장군의 또 다른 학습 비결 중 하나는 신문 정독이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매일 신문을 빼놓지 않고 읽는다. 교육자 출신 할아버지와 일주일에 한 번씩 정치에 관해 2시간 넘게 토론을 벌일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어린이신문부터 시작해 초등 5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일간지를 읽었다”며 “신문만 읽어도 글쓰기와 논술, 토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장군에게 없는 게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휴대전화가 구형 폴더폰이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하느라 쓸데없이 시간이나 정신 팔릴 일은 없다. 김씨는 “휴대전화를 별로 갖고 다니지도 않는다”며 “기본료 1만원 외에 한 달 사용료가 500원 정도 나온다”고 했다. 장군은 “무슨 일이건 의미부여를 하면 반드시 지키게 된다”며 “스마트폰 비용을 이웃 돕기에 쓰기로 정한 뒤엔 더더욱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장군의 공부법은 적극적인 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끊임없이 묻는다. 학교 안에서는 물론이요, 학교 밖에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연구원인 아버지를 둬서 웬만한 궁금증은 집에서 다 풀 것 같지만 세종시나 대전 연구소 등에 직접 전화하거나 찾아가 궁금한 걸 묻기도 하고 필요한 실험에 대한 조언도 구한다. 장군은 “아버지는 전문 분야(에너지)는 세심하게 가르쳐 주시지만 그외 분야는 관련 서적이나 연구소를 추천해 주신다”고 했다.



 또 학기 중 대회에 참가하느라 수업에 빠질 때는 담당 과목 교사를 찾아가 수업을 빠진 이유를 설명하고 간략하게 수업 내용을 설명 듣는다. 선생님한테 직접 요점정리를 부탁하는 거다. 그는 “친구가 필기한 노트로는 만족이 안 된다”고 했다.



 수업 시간엔 선생님 흥을 돋운다. 선생님 얘기 하나하나에 호응하고, 정 할 말이 없으면 감탄사라도 붙인다. 장군은 “호응하면 졸릴 틈이 없다”며 “선생님마다 목소리 강약이 다른데 그걸 잘 들으면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고 했다. 질문은 기본이다. 수업 중은 물론 수업 후에도 이해될 때까지 질문한다. 그는 “질문은 일종의 일대일 과외”라며 “질문을 하다 보면 인과관계가 이해되고, 외우지 않아도 기억에 깊이 남는다”고 말했다.



 집에서 혼자 공부할 때 누구를 가르치듯 중얼거리며 거실을 오가는 것도 한번 더 이해하기 위한 거다. 장군은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도 마음속으로는 가르치듯이 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부분과 막히는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혹시 특별한 공부 비법은 없을까. 영어 단어 암기법을 하나 공개했다. 장군은 빈 책상 위에 손을 얹고 컴퓨터 키보드 치는 흉내를 냈다. 가상의 키보드를 쳐보면서 단어를 외우는 거란다. 장군은 “단어를 몸으로 외우는 것”이라며 “등하교 때나 화장실 등에서 짬이 날 때마다 활용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하나의 특이한 공부법은 포스트잇을 활용한 거다. 포스트잇을 항상 갖고 다니다 질문할 내용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실험 아이디어 등을 적어 교과서나 노트에 붙인다.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면 질문 내용 아래 설명을 쓴다. 시험기간에는 그날 공부할 과목과 양을 적어 문제집 앞에 붙인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엄마가 아이 등 떠밀어 공부하는 게 아니라 이 집은 엄마가 아들 성화에 이런 저런 정보를 찾게 된다. 김씨는 “우리 아들이 참 독특하다”며 “가끔씩 ‘다른 엄마들은 이런 카페에서 정보를 얻는다’거나 ‘담임 선생님 면담 날짜 잡아뒀으니 그날은 약속 비워두라’는 등 자기가 필요한 걸 정해 나한테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 “다른 집과 달리 엄마가 아이를 따라가는 편”이라는 거다.



  장군의 목표는 중증외상외과 전문의다. 2년 전 아덴만 여명작전(2011년 1월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고 우리 선원 21명을 모두 구출한 작전) 당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총상치료를 하는 언론보도를 접하며 국내에 중증외상외과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을 굳혔다. 장군은 “30대 중반 이후엔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며 봉사하고 법학 공부도 해서 국제법상 피해받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고 했다.



엄마의 즐겨찾기



워킹맘이기도 하지만 지호가 자기 할 일을 스스로 하는 스타일이라 주로 아들이 권한 사이트를 본다.



●학습 및 진학 정보



중앙일보 열려라공부(www.joongang.co.kr/gangnam), 상위 1% 카페



●대회 및 학사일정 정보



학교 홈페이지와 주변 학교 홈페이지(다른 학교에서는 어떤 대회나 커리큘럼을 진행하는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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