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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학생은 어떤 특징 있나

중앙일보 2013.11.13 00:05 Week& 1면 지면보기
중3 박모(15·경기도 분당)양은 학원에 다니는 것 외에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딱히 하고 싶은 직업도 없다. 막연히 예체능 쪽이면 어떨까 생각하는 정도다. 그런데 지난 7월 학습 성향과 진로를 점검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더니 적성이 예체능과 맞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공부로 진로를 바꾼 박양은 이번엔 거창한 학습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표에 맞춰 책상에 앉아도 딴 생각이 들어 제대로 공부하기 어려웠다. “여전히 공부 욕심이 없다”며 실망하는 부모의 반응에 박양은 더 힘들다. 공부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힘든데도 엄마·아빠는 전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 필수?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이 우등생 조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중앙일보와 교육업체 진학사가 우등생의 조건을 찾아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학사가 개발한 진로진학예측검사(KMDT·공부 습관이나 적성 등을 파악하는 진단검사)를 받은 전국 고교생 2만2151명을 분석한 결과다. 이를 응시생의 국어·영어·수학 모의 학력평가 성적과 비교한 결과 상위 4%(1등급) 우등생들은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보였다. 첫째,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탁월하고 둘째, ‘학습 성실성’이 높다. 이 두 항목 점수가 높을수록 성적이 좋았다. 상위권과 하위권 격차도 이 두 항목에서 가장 컸다.



 예컨대 국·영·수 내신 5~6등급인 노모(18·고 3·서울 신림동)군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탓에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그는 상위권 학생들이 다니는 수학 학원에 다녔다. 노군 어머니가 상위권 학생 부모로부터 정보를 얻어 성적 좋은 학생 위주로 프로그램이 짜인 학원을 보냈기 때문이다. 노군은 “학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자신감까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에 따르면 공부를 하려는 의지(학습 동기)가 높고 자신의 학습 능력에 대한 확신이나 기대(학업 자신감)가 강하며, 시간 관리나 집중하는 태도(학습 전략)를 잘 기른 학생일수록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뛰어났다. 이 연구소 강원구 선임연구원은 “공부 잘 하는 학생은 자신만의 노트 필기법이나 암기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은 많은데 정작 성적은 별로거나 노트 필기할 때 별 생각 없이 받아 적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학습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학습 성실성이란 놀고 싶어도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거나 제 시간에 끝내지 못하면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마치려고 노력하는 자질을 가리킨다. 유혹을 참아내며 공부를 위해 인내하느냐가 관건이다. 강 연구원은 “많은 학부모가 창의성·사고력 같은 개념은 중시하면서 정작 성실성은 당연한 기본 자세로 여긴다”며 “하지만 성실성이야말로 단기간에 갖기 힘든 공부 습관이라 초등학교 시절부터 반드시 쌓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 측은 어려서부터 예습·복습을 생활화하라고 조언한다. 선행학습 위주 학원에선 학교 공부와 관련한 예·복습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초등 3~4년부터는 부모가 다음날 공부할 것을 10~20분 정도 같이 보거나 이미 배운 내용을 복습하도록 지도하는 게 좋다는 거다.



 박동혁 아주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마음과배움 심리학습센터장)는 “고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특징은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라며 “사교육 의존도가 높다면 한 과목 정도는 자기주도학습으로 바꿔볼 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실한 학생들은 자기 주장이나 창의력이 약하기 쉬운 만큼 동아리나 봉사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실패에 상관없이 도전하는 태도를 길러보라”고 권했다.



 이미애 샤론코칭 앤 멘토링 대표도 “머리만 믿는 학생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선행만 한 학생은 겸손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최상위권 학생은 이런 결점 없이 성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한 학생은 기숙사 생활을 해도 공부를 잘하지만 그렇지 않는 학생은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부를 몰아서 하지 않고 매일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가 매일 학습량을 정해 책상에 붙여준 뒤 마치면 반드시 체크하고, 못한 건 주말에 하는 사이클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중학교부터는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우되 ‘몇 시간 공부하겠다’보다 ‘수학 20문제’처럼 양을 정하는 게 낫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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