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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동양사태, 저축은행 사태에 대입해보니

중앙일보 2013.11.13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동양그룹 피해 투자자 설명회’에서 참석자가 자료를 보고 있다. [뉴시스]


440만원. 토마토저축은행 후순위채에 1억3600만원을 투자한 배덕순(65)씨가 은행 영업정지(2011년 9월) 뒤 2년 만에 보상받은 금액이다. 보상률이 원금 대비 3.2%밖에 안 된다. 이 은행 자산을 관리하는 파산재단에서는 “보상금이 추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부실이 많은 탓에 은행에 남아있는 현금이 별로 없어서다. 배씨는 “원금은 고사하고 불완전판매 인정비율(25%) 정도의 돈은 보상받을 줄 알았는데 이게 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양 후순위채 1억 투자, 보상금 240만원 그칠 듯



 동양 사태는 201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저축은행 퇴출 사태의 데자뷰다. ▶수만 명의 피해자 ▶1조원대의 천문학적 피해 규모 ▶고금리·고위험 채권을 안전상품처럼 포장한 불완전판매가 꼭 닮았다. 저축은행 사례를 통해 동양 피해자의 보상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이유다.



저축은행 피해 평균 보상률 2.4%



 국회 정무위 정호준(민주당) 의원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의 평균 보상률은 지난 8월 말 현재 2.4%에 그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이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율로, 1억원을 투자해 240만원을 건졌다는 얘기다. 26곳의 퇴출 은행에서 토마토·부산·프라임처럼 보상액이 결정된 13곳의 실적이다. 이 중 보상을 시작한 곳은 토마토저축은행 한 곳뿐이다. 6곳의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를 인정받지 못해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회사채·CP는 보상률 더 낮을 것





 보상금이 턱없이 적은 이유는 얼마 안 되는 저축은행 보유 자산을 여러 투자자가 나눠 갖는 구조라서다. 원래 후순위채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보다 보상 순위가 밀린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분쟁조정을 통해 결정한 불완전판매 보상비율만큼은 예금자와 동등한 조건으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금감원 결정대로 배상해줄 정도의 현금자산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또 다른 피해자인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N분의 1’로 현금을 나눠야 한다. 이러다 보니 보상금은 깎이고 깎여 원금의 2~3%가 돼 버렸다.



예보 관계자는 “은닉재산 환수 등을 통한 추가 보상금 지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이익 창출이 없는 파산기업이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보상비율만큼 보상해 주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추가 보상이 나온다 하더라도 전례를 볼 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보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때 파산한 75개의 상호신용금고(현 저축은행)는 7~10년에 걸쳐 보상이 끝났다.



 동양그룹 회사채·기업어음(CP) 투자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 5개 계열사(㈜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동양시멘트·동양네트웍스) 중 채권 보유 기업이 파산에 들어가면 저축은행의 수순을 그대로 밟게 된다. 이럴 경우 동양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비율은 저축은행보다 더 낮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가 4만1126명으로 저축은행(2만2014명)의 두 배 수준인 데다, 저축은행처럼 국가가 일부 원금보장(5000만원 이하 예금)을 해줄 수도 없어서다. 더구나 동양 개인투자자의 채권은 대부분 무담보채권이어서 보상순위가 담보채권에 밀린다.



회생해 투자금 70% 돌려준 사례도



산업은행이 동양시멘트·㈜동양에 대출해준 4762억원과 동양생명이 동양파이낸셜대부에 빌려준 200억원에 담보가 설정돼 있다. 파산하면 산업은행·동양생명이 먼저 돈을 받고 남은 돈을 개인투자자가 나눠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회생하면 보상비율은 파산 때보다 훨씬 높아지게 된다. 기업이 이익이 나는 대로 보상을 계속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법정관리에 간 기업들의 사례도 희망이 될 수 있다. 웅진홀딩스는 투자금의 70%를 피해자에게 줬고, LIG건설도 상당수 피해자에게 원금 가까운 금액을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웅진홀딩스는 자회사인 웅진코웨이가 비싼 값에 팔려 현금이 많이 생겼고, LIG건설은 피해자가 600여 명으로 많지 않아 동양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법원은 내년 3월까지 동양 계열사의 회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관리 신청(9월 말~10월 초)뒤 채권신고와 채권자집회 등의 절차가 6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의 부채를 갚을 만큼 앞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회사인지가 회생이냐, 파산이냐를 결정할 핵심 잣대”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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