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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곤 "후배 지도 못한 책임 … 누군가의 희생 필요"

중앙일보 2013.11.12 00:41 종합 6면 지면보기
사의를 밝힌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서울 서초동 청사를 나서고 있다. 조 지검장은 이날 대검 감찰본부가 자신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발표한 뒤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성룡 기자]
“이 건은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조직의 기본과 장래가 걸려 있는 문제다. 그게 아니면 지랑 내랑 치고받고 싸우거나 대화해서 풀어 버릴 수도 있다. 기강을 바로잡지 못하면 그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지겠다.”


'항명 파동' 무혐의 나자 사의 왜
윤석열 "전투하다 보면 아군도 …"
당장 사표 낼 뜻은 없다고 밝혀

 지난 1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주변에 이같이 말하며 이른바 ‘항명’사건과 관련해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열흘. 조 지검장은 11일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다. 특별수사팀장을 지낸 윤석열 여주지청장에 대한 감찰 결과 발표 30분 만이었다. 윤 지청장에 대해선 정직의 중징계를 법무부에 건의한 반면, 조 지검장에겐 무혐의 결정을 내린게 감찰 결과였다. 즉각 민주당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조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논란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조 지검장이 국정원 특별수사팀에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긴 했지만 지휘를 잘못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윤 지청장이 사의 표명을 할 것으로 보고 먼저 선수를 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 지검장은 사의 표명과 관련해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은 어느 개인이 아닌, 국민의 조직”이라며 “지금처럼 상처 입은 검찰을 온전하게 국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교적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 대해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윤 지청장이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 상황에 대해 “(그가) 저지르는 순간 외통수였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 대해 지도를 다 못한 책임을 느낀다”며 “다만 (트위터 수사는) 정상적 방법으로 얼마든 할 수 있는 것이었고 수사를 지연시킬 뜻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해를 하고 말을 듣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해 듣고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지만 전투를 하다 보면 적군만 죽는 것이 아니라 아군도 희생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은 청와대에 버금가는 국내 최대 권력조직이다. 이런 조직을 상대로 수사를 하려면 죽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큰 수사를 하다 보면 총장도, 지검장도, 팀장도 언제든 물러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이것도 모두 수사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지청장은 당장 사표를 낼 뜻은 없다고 밝혔다. 조 지검장과 윤 지청장은 서울대 법대 2년 선후배 사이다. 대학 시절부터 조 지검장의 하숙집에 윤 지청장이 자주 드나드는 등 상당한 친분을 유지해 왔다. 34년 우정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조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상당수 검사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각에선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란 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국감에서 윤 지청장과의 갈등이 ‘민낯’ 그대로 드러나면서 지검장으로서 리더십에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 지검장의 사퇴로 차기 총장 지명 이후 이어질 검찰 인사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하고 있는 동양·효성·KT 등의 수사가 지장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 지검장은 “후임자가 올 때까지 내 일은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글=이가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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