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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여성의 신체에서 가장 빨리 노화하는 부위는?

중앙일보 2013.11.12 00:32 종합 32면 지면보기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편집주간
DNA에 일어난 화학적 변화를 통해 나이를 측정하는 정확한 방법이 개발됐다. 이에 따르면 여성의 신체에서 가장 빨리 노화하는 부위는 가슴이었다. 지난달 미국 UCLA 연구팀이 ‘유전체 생물학(Genome Biology)’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나이가 들면 DNA에 메틸기가 달라붙는 패턴이 달라진다는 데 연구팀은 주목했다. 메틸화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태아에서 101세 노인에 이르는 이들의 신체 부위 51곳의 조직표본 7800여 개를 대상으로 메틸화 패턴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모든 조직에 공통되는 패턴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노화에 따라 메틸화 정도가 달라지는 지놈 영역 353곳을 거의 모든 조직에서 찾아냈다. 이들 영역에서 일어나는 메틸화의 총량을 측정함으로써 연구팀은 해당 조직의 노화 정도를 측정하는 알고리듬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방법은 또 다른 표본 수천 개를 통해 검증됐다. 정확도 96%, 오차범위 3.6년이었다. 기존의 텔로미어 측정법은 정확도 53%에 불과하다. 염색체의 보호 마개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면 길이가 짧아진다.



 이번 연구에서 신체의 일부 부위는 노화 속도가 여타 부위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연령 46세인 여성의 건강한 가슴 조직에 측정 알고리듬을 적용하자 실제 나이보다 2, 3년 더 많은 것으로 판정됐다. 이에 비해 남녀가 섞인 55세와 60세 집단의 심장 조직은 나이보다 9년 젊은 것으로 측정됐다. 여성의 가슴이 빨리 노화하는 것은 호르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심장 조직이 젊은 것은 줄기세포에 의해 지속적으로 재생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암 조직은 빨리 늙는 경향을 보였다. 각기 다른 인체 부위 20곳의 암 조직 20종을 분석한 결과 나이보다 36년 더 노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는 모든 암의 위험인자다. 유방 조직이 빨리 늙는 것은 유방암이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라는 사실을 설명해 준다.



 이번 측정법은 혈액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의학적으로도 유용하다. 살인 용의자의 나이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암 진단에도 쓰일 수 있다. 조직 생검을 통해 노화가 특히 빠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DNA 메틸화가 노화의 원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노화를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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