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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고령화, 투자에 접목해보자

중앙일보 2013.11.12 00:11 경제 11면 지면보기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지난여름 노년의 배우 4명이 유럽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한국의 노인들이 배낭을 메고 여행하는 모습은 내게 다소 신선하게 느껴졌다. ‘황혼의 배낭여행’이라는 어찌 보면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컨셉트의 프로그램이 성공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 가장 큰 요인이 시대의 흐름을 잘 읽은 기획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이 사랑을 받았다는 건 노년 배우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시청자의 수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그 배경으로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평균 수명의 연장과 고령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찾을 수 있다.



 사회과학 영역 중 가장 확실성 있는 전망이 가능한 학문인 인구통계학을 통해 고령화 현상을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인구통계학은 장시간에 걸친 인구의 역사적 흐름과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를 나타낸다. 유엔의 세계인구 전망에 따르면 현재 인류는 역사상 전례 없는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다. 출생률과 사망률이 동반 하락해 나타나는 결과다. 이 추세는 선진국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2045년이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60세 이상 고령 인구가 15세 미만 아동 인구보다 많아진다고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최근 발간한 백서(white paper)에서도 세계 인구의 고령화 현상을 전 세계 인구의 증가, 이머징마켓 소비자의 부상과 함께 인구통계학적 ‘3대 메가 트렌드’로 꼽고 있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 현상을 투자에 접목해보면 어떨까. 인구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메가 트렌드라고 한다면 이것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곳은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다. 오늘날 인류의 평균 수명은 증가했지만 인체 기능은 여전히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병에 걸리는 횟수가 잦아지고 건강이 악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의료 및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보청기나 노안 교정 렌즈, 정형외과 제품 같은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호황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은퇴와 관련한 금융서비스 업체들의 역할 증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100세 시대’라는 말도 있듯이 오늘날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은퇴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퇴직연금·연금저축 같은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메가 트렌드’를 투자에 접목할 때 명심해야 할 점은 보다 넓은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과 장기적인 여유를 갖고 투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령화와 같은 시대적 큰 흐름은 체계적이긴 하나 돌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또한 속도가 느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에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1940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주식의 평균 보유기간은 7년이었지만 현재 전 세계 평균 주식 보유기간은 3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투자전략은 인구통계학적 추세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오귀스트 콩트는 “인구통계학은 숙명이다(Demography is destiny)”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구통계학은 전쟁이나 자연 재해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을 제외하면 비교적 높은 확실성으로 한 국가의 10년 후 생산가능인구를 예상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이러한 예측은 해당 국가들의 GDP를 전망하는 것보다 확실성이 높다고 한다.



이렇게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는 시대의 큰 흐름을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의 전략을 구상한다면 그 전략은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할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실 인구 고령화는 이미 우리가 몸소 체감하고 있는 현상이다. 피할 수 없다면 이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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