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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3남매의 싱글맘이 마늘로 만든 접착제 까르띠에가 반하다

중앙일보 2013.11.12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마늘을 까본 사람은 안다. 손에 묻은 마늘 진액이 풀처럼 끈적끈적하다는 것을. 보통 사람은 손을 씻으면 잊어버리지만 이진화(37·사진) 제이알 대표는 이 끈끈한 성분으로 접착제를 만들었다. ‘화학 첨가물 없이 천연 재료만으로 접착제를 만들 수 있다면 사람과 자연이 더욱 건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2006년 대학원 실험실에서 마늘 연구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마늘로 만든 접착제 ‘JRN’을 개발·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창업 어워드 결선 오른 이진화 대표

 세계 14개국에서 온 ‘2013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 결선 진출자들은 제각각 다채로운 스토리와 창업 아이템을 들고 왔지만, 이 대표의 사연은 단연 돋보였다.



 여성, 더구나 삼남매를 키우는 싱글맘에 지방대 출신. 창업하기에 결코 유리한 조건은 아니었다. 원래 그의 꿈은 패션디자이너였다. 고향 진주에서 고교를 졸업하던 해에 서울의 한 대학 의류학과에 합격했다. 그러나 “외지에 나가는 건 안 된다”는 부모의 반대로 포기하고 입학한 곳이 진주산업대(현 경남과기대) 임산공학과였다.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학과인 줄 알고 지원했는데 입학하고 보니 임업 부산물을 연구하는 공대였다. 그가 속한 실험실은 목재에 쓰이는 산업용 접착제를 연구하는 곳이었다. 목재접착실험실과 식품실험실을 오가며 연구한 끝에 마늘을 물에 용해해 농축시켜 추출한 유효성분으로 접착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서울 유학과 디자이너의 꿈을 포기하면서 20대에 뒤늦게 사춘기를 앓았다. 반항하고 방황했다”고 말했다. 대학 1학년 때 큰딸(18)을, 이어 아들 둘(16세와 11세)을 잇따라 낳으면서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다. 나이 많은 싱글맘이 지방 소도시에서 일자리를 찾는 건 불가능했다. 이 대표는 “먹고살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2009년 회사를 세우고 가족·친지·창업멤버들로부터 투자를 받고, 대출금을 끌어 공장을 지었다. 위기는 공장 설립 이후에 왔다. 실험실에서 200~300g 단위로는 잘 만들어지던 접착제가 대량생산에 들어가자 불량품이 나왔다. 10개월간 점검해 대량생산에 적절한 배합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마늘 천연접착제는 접착력이 일반 화학접착제에 뒤지지 않고, 유해성분은 없다는 공인 실험기관의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전분이나 설탕으로 만든 식물성 접착제가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됐지만,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화학 첨가물을 일부 포함시킨다. 마늘에 있는 항균성분 덕에 마늘 접착제는 화학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고도 만들 수 있어 이번에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럽과 미국 기업들이 먼저 관심을 보이고 나섰다. 현재 프랑스 기업과 기술이전 협상을 벌이고 있고, 벽지용과 문구용 접착제는 완제품 수출 계약이 진행 중이다.



 “‘종잣돈 3억원만 있으면 나도 창업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10원도 없이 창업했다. 내게 3억원이 있었다면 이렇게 힘든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큰돈을 들이고, 직원을 뽑고, 규모를 키우고, 돈을 많이 버는 게 창업이라고 착각한다. 자기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갖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창업이다.” 이 대표는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강조했다.



파리=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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