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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외교 스타일 ‘강경엔 강경, 협력엔 협력’

중앙일보 2013.11.11 10:04



상하이 사회과학원 류밍 국제관계연구소장

“시진핑(習近平) 시대에 중국 외교의 키워드는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건설이다. 그 핵심은 충돌하지 말고 협력하며, 상호존중으로 윈윈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신형대국관계 구축의 최일선 현장이 한반도다.”



 1990년부터 한반도 문제를 중심으로 대국관계를 연구해 온 류밍(劉鳴·55·사진) 중국 상하이사회과학원(SASS) 국제관계연구소장의 말이다. SASS는 베이징에 있는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기구가 아니다. 1958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또 지방에선 가장 큰 사회과학원이다. 국제관계연구소는 산하에 중국외교연구실 등 6개의 실(室)과 조선반도연구중심 등 11개의 센터(中心)를 운영하고 있다. 류 소장은 7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동북아역사재단과 SASS가 공동 주최한 ‘한·중 공공외교와 동아시아 지역협력’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중국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한 그를 지난 6일 중앙SUNDAY 뉴스룸에서 만났다.



 -시진핑이 신형대국관계 건설을 제시한 배경은.

 “미국은 현실주의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한다. 역사적으로 모든 신흥국가는 기존 패권국가에 도전했고, 중국도 미국에 도전해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중국으로선 생각이 다르다. 과거 신흥국가는 영토 확장과 경제이익 추구를 위해 패권국가와 한판 승부를 벌였다. 그러나 중국은 영토 욕심이 없다. 경제이익은 경제 글로벌화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미국과 부딪칠 이유가 없다.”



 -현재 미·중 사이에 신형대국관계가 구축되고 있는가.

 “미국이 중국의 주장을 완전히 받아들인 건 아니다. 현재 신형대국관계 구축은 초기 단계에 있다. 그리고 신형대국관계 건설의 핵심 지역은 아태 지역, 특히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다. 과거 한반도에서 중·미가 충돌했다. 그러나 현재는 한반도에서 중·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한반도 안정을 확보하고 북핵 폐기를 실현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 최종적으로는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미 양국의 공통 이익이다. 중·미는 만일 북한 내부에 변화가 생겨 한반도 통일이 진전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확보할 의무가 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가 일부 책임 없는 사람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걸 막아야 한다.”



 -조용히 힘을 기르자던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은 폐기된 것인가. 또 시진핑 시대의 외교는 후진타오(胡錦濤)의 조화(和諧)외교와 어떻게 다른가.

 “도광양회는 80년대 말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과정에서 나왔다. 덩샤오핑은 외부 세계와 다투지 말고 경제 건설에만 매진하자고 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은 아·태 지역 최대 경제체다. 군사적으로도 발전이 빠르다. 중국의 지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많은 이가 도광양회 정책을 견지하는 게 맞지 않다고 말한다. 또 협조를 키워드로 내세웠던 후진타오 시기와 비교할 때 시진핑 외교의 특징은 중국의 주권과 핵심 이익에 양보가 없을 것이란 점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다른 국가가 협조하겠다면 협조하되 싸우겠다면 싸운다는 입장이다. 강경엔 강경으로, 협력엔 협력으로 대응하는 식이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북·중 관계가 비정상인데.

 “북핵 문제와 관련이 있다. 중국이 쇼를 하는 게 아니다. 중국은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김정은의 방중은 쉽지 않을 거다.”



 -최근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미국에 이어 북한을 방문하는 등 중국 측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이 6자회담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언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유엔은 많은 제재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할까 우려하고 있다. 그런 우려가 압력으로 변해 중국에 전가되고 있다. 또 미국은 계속 중국이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북한을 상대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경제 제재 등의 압박이고, 둘째는 대화이며, 셋째는 군사적으로 공격해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선의 선택으로 6자회담 재개를 추진한다. 6자회담이 유일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6자회담 테이블로 북한을 끌어들여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게 낫다고 본다. 만일 북한이 참여를 거부한다면 이는 중국이 대북 경제 압력을 가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도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의 핵우산이 있는 한 한국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북한 핵무기는 실전용이 아니다. 과시용이다. 한국과의 담판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거다. 모든 핵 보유 국가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핵무기를 쓰는 순간 그 정권은 끝장이다. 물론 중국은 한국의 우려를 이해한다. 한국이 자체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데 대해 중국은 명확하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MD 시스템에 가입하는 건 반대한다. 그건 동북아에서 중·미 간의 전략적 균형을 깨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평가는 어떤가. 일각에선 이명박정부 때와 다르지 않다는 실망도 있다는데.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이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르다. 이명박정부가 강경 일변도였다면 박 대통령은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이다. 북한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 자세만 갖추면 언제든지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다소 원칙 없이 북한에 영합하는 측면이 있었다면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유연하면서도 원칙이 있는 정책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는데.

 “정상회담이 실현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북한 입장에선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으려 할 것이다. 반면 한국은 금강산 관광 문제나 비핵화 방면에서 구체적인 진전을 기대할 것이다. 북한이 양보하지 않는 한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리 = 장이원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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