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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위, 5개월간 회의 한 번 하고 활동비 3077만원

중앙일보 2013.11.11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1년 동안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본지가 10일 여야의 특권 폐지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살펴본 결과 ▶겸직 금지 ▶의원연금(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폐지 ▶국회폭력 처벌 강화 등 세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비(歲費) 30% 삭감 약속 등은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 이미 누리고 있는 의원들의 특권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알짜배기 특권’은 건재하고, 오히려 일부는 강화되는 추세다.


요란했던 기득권 포기 선언 1년 … 여전히 넘치는 특권들

 대표적인 게 외유성 해외 출장과 그에 따르는 지원 경비 가운데 ‘일비(日費)’ 같은 항목이다. 의원들이 상임위별로 해외를 나가면 숙박비(지역에 따라 1인당 최대 389달러·41만원)·교통비·식사비(최대 160달러) 외에 ‘일비’까지 지급된다. 일비는 하루 50달러로, 해외 출장 때 지급되는 돈이다. 이 돈은 전부 상임위 예산에서 지원된다. 숙박비·식비 등의 책정 기준은 차관급이다. 여기에 국회의장이나 당 대표·원내대표가 ‘거마비’라고 불리는 용돈을 따로 챙겨주는 관행도 여전하다. 해외에 나가면 관광 일정과 관련된 경비는 대개 해외 공관이나 현지 한국 기업에서 부담하는 게 관례다.



해외출장 때 ‘거마비’ 관행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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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관계자는 10일 “국회의원이 해외에 나가면 돈을 쓸 일이 거의 없다”며 “‘일비’는 모아서 현지 기관에 관례적으로 금일봉으로 주고 오지만 어떻든 사실상 자기 돈은 한 푼도 안 들이고 나갔다 오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특혜성 지원 예산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7월 26일 출범한 ‘민간인 불법사찰 국조특위(위원장 새누리당 심재철)’는 위원장 선출 등을 위한 첫 회의를 실시한 이후 한 차례도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한 해 이 특위엔 예산 3077만원이 책정됐다. 아무런 활동이 없는 위원 18명에게 예산으로 돈(1인당 평균 170만원꼴)을 지급한 것이다.



 올해 9월 활동기한이 종료된 사법제도개혁특위와 예산재정개혁특위, 정치쇄신특위 등 3개 특위도 평균 회의 횟수가 7.3회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사용한 전체 예산은 1억800만원이었다. 특위위원으로 활동했던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다선 의원은 많고 상임위원장 자리는 부족한 상황에서 다선 의원들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특위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이런 비상설특위를 통해 사실상 일도 안 하고 받는 돈은 세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세비는 ▶수당(봉급액, 차관급)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여야가 경쟁적으로 약속했던 세비 삭감은 결과적으로 ‘대국민 사기극’이 됐다.



세비 30% 삭감 없던 일로 … 수당은 늘어



지난해 대선을 코앞에 둔 12월 3일 민주당 의원 전원이 세비 30% 삭감 법안에 서명하자 3일 뒤 새누리당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제안한 세비 30% 삭감안을 즉시 실천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여야는 2012년과 같은 세비(1억3796만원)가 책정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삭감은커녕 18대 국회(1억1400만원)보다 오히려 20% 늘어난 액수였다. 이 돈(1억3796만원)은 세비 구성내역 가운데 봉급처럼 받는 일반수당, 입법·특별활동비 등을 의미한다.



 이와 별도의 차량 기름값·차량 유지비, 가족 수당·자녀 학비지원금, 명절휴가비 등 다양한 종류의 지원금이 나오고 있으나 흔히 말하는 세비엔 잡히지도 않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기린 정치팀장은 “자녀 학비지원의 경우 분기당 고교생은 44만6700원, 중학생은 6만2400원이 나오고 있다”며 “정책개발·자료발간·출장비·사무실 운영, 차량운영비 등으로 (월급처럼 받는 수당 외에) 연간 1억여원이 지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불투명한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변질된 지 오래다. <본지 11월 1일자 5면> 출판기념회의 책은 구매량이나 구매 액수에 제한이 없어 기업이나 피감 기관들이 다량으로 구매하고 있다. 한 권에 10만원씩을 주고 구매하는 경우도 있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음성적인 후원금’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바로잡아 보려는 의원들은 아무도 없다. 정치권에선 “욕 먹는 건 잠깐이지만 출판기념회 한 번이면 몇 년은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출판기념회 통해 많게는 수억원 챙겨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면책·불체포 특권이나 철도·선박 무료 이용권 같은 모든 ‘금배지 특권’을 합치면 200여 개는 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야가 약속한 특권폐지안 가운데 실제로 올해 7월 입법에 성공한 것은 국회폭력 처벌 강화 같은 상대적으로 출혈이 적은 것 세 가지에 불과하다. 중앙대 손병권(정치학) 교수는 “자기가 누리는 권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를 하기는 힘들다”며 “선거 등 강력한 계기가 있지 않으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이윤석·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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