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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 80명 휴일 공개처형 … 7개 도시서 기관총 난사

중앙일보 2013.11.11 02:30 종합 7면 지면보기
북한이 이달 초 강원도 원산을 비롯한 7개 주요 도시에서 80여 명의 주민을 무더기로 공개처형했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한 한 인사가 밝혔다.


"남한 드라마, 음란물 유통 혐의"
중학생도 불러 총살 장면 보게 해
원산·신의주 등 모두 경제개발구
"공포정치로 자본주의 확산 차단"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이 인사는 10일 “공개처형은 일요일인 지난 3일 동시에 집행됐다”며 “한 곳당 10여 명 안팎의 주민이 남한에서 유입된 드라마·영화를 보거나 음란물을 유통했다는 등의 혐의로 처형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공개처형을 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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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북 인사에 따르면 공개처형이 이뤄진 도시는 원산과 평북 신의주, 평남 평성, 함북 청진, 황북 사리원 등이다. 원산에선 8명이 처형됐다고 한다. 이 인사는 “이 현장을 목격한 주민에게 전해 들은 얘기”라며 처형 당시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르면 원산 공안당국은 3일 낮 1만여 명의 주민을 신풍경기장에 집결시켰다. 여기에는 중학생 등 미성년자들도 포함됐다. 운동장 한편에는 흰 보자기를 얼굴에 씌운 8명의 주민이 각각 나무 기둥에 묶여 있었다. “소총이 아닌 기관총 등으로 난사해 시신이 산산조각 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고 참관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는 얘기를 현지 주민에게서 들었다”고 이 인사는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북한 당국이 금지한 남한 비디오 암거래와 시청, 성경 소지, 매음 등의 혐의를 받았다. 처형당한 주민의 가족이나 혐의가 경미한 연루자들은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오지로 추방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개처형은 평양을 제외한 북한 전역의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곳은 지난달 23일 노동신문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북한의 14개 경제개발구 지정 도시와 일치한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분석이다. 특히 원산의 경우 김정은의 각별한 관심 속에 마식령스키장과 호텔·공항 등 국제 관광특구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휴일을 택해 같은 날 7개 지역에서 동시에 공개처형이 집행된 건 이례적이다. 중앙정권 차원의 결정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개발과 특구 조성을 앞두고 공개처형이란 극단적인 조치로 민심 동요나 자본주의 기운이 확산되는 걸 막아보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처형자 대부분이 남한과 연루된 사안이거나 성 문제와 관련한 풍기문란 사범이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 형법은 국가 전복 음모나 테러, 민족반역죄와 고의적인 중살인죄 등에 한해 사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 활동이나 휴대전화 사용, 식량·전선 절도 등에 대해선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높인다는 이유로 시범적인 공개처형을 하고 있다고 ‘2013 인권백서’는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7월 은하수관현악단 일부 단원들이 음란비디오를 만든 사건으로 집단 처형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한다. 이 악단 출신인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주민들에게 확산되자 대규모 공개처형이란 칼을 빼 입막음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소식통은 “공개처형이 지방 곳곳에서 잔혹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설주 추문설에 화가 난 김정은이 공포정치에 나섰다’는 소문이 퍼지고 주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평양은 이와는 다른 분위기다. 김정은이 스위스 베른 유학 시절 방문했던 유럽의 대형 워터파크를 본뜬 문수물놀이장이 최근 문을 여는 등 주민들을 위한 편의·위락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계기로 핵·미사일 과학자와 김일성종합대 교수 등 핵심층을 위해 전용 주택을 새로 지어 선물하는 등 핵심층 우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른바 ‘혁명의 수도’라고 북한이 내세우는 평양 특권층과 주민의 환심을 사려는 김정은식 통치 방식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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