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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도 고화질로 본다

중앙일보 2013.11.11 00:41 종합 2면 지면보기
정부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 900만 명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미래창조과학부는 8VSB와 DCS(접시 없는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업계의 ‘손톱 밑 가시’로 지적돼 온 기술 규제를 폐지할 예정이라고 미래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묵은 규제를 없애 시청자의 편익을 증진시킨다는 게 이번 조치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미래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미래부, 14일 규제 철폐안 발표
이르면 연내 8VSB 송출 허용
요금 안 올리고 채널 수 그대로

 이에 따라 이르면 연말부터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라도 디지털TV만 갖고 있으면 드라마·스포츠·영화 등 다양한 케이블 채널을 고화질(HD)로 보게 될 전망이다. 아날로그케이블TV 가입자 900만 명 중 600만 명 이상이 디지털TV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상파방송 4사를 제외한 모든 케이블 채널을 고화질(HD)이 아닌 흐릿한 아날로그화질로 봐야만 한다. 10년 전에 만든 기술 규제 탓이다.





 ◆“케이블 추가 주파수 확보 가능”=미래부 기술기준 고시에 따라 지상파는 8VSB, 케이블은 쾀(QAM) 방식으로 방송신호를 내보내 왔다. 채널 번호가 ‘6-1’ ‘9-1’인 HD채널이 바로 8VSB 방식의 지상파 채널이다. 케이블 채널도 8VSB 고화질 전송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번번이 지상파 진영의 반대에 부딪쳤다. 지상파 측은 케이블 채널에 8VSB가 허용될 경우 종편과 MPP(복수채널사업자)들이 특혜를 보고, 힘없는 중소채널(PP)은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중소채널이 고사한다는 지상파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60개 채널을 보던 시청자는 8VSB 허용 뒤에도 똑같은 요금을 내고 60개 채널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승권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중소채널 보호를 이유로 8VSB 확대에 반대하는 것은 기술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날로그 1개 채널당 6㎒ 주파수 대역이 소요된다. 현재 아날로그케이블 상품의 채널수는 평균 60개, 이를 위해 총 360㎒ 주파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8VSB로 전송하면 6㎒ 대역에 HD와 SD(표준화질) 채널이 각각 1개씩 탑재된다. 60개 채널 중 40개는 8VSB HD로, 나머지 20개를 8VSB SD로 구성하면 필요한 주파수는 240㎒가 된다. 채널수는 60개로 똑같지만 120㎒ 폭의 주파수가 남는다. 이 여유 대역을 UHD방송, 기가인터넷 등 차세대 방송통신융합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다. 한상혁 케이블TV협회 정책국장은 “화질은 좋아지고, 채널 수는 동일하다”며 “케이블로서도 추가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시청자 불편도 최소화”=미래부는 8VSB 허용으로 인한 방송 중단 등 예상치 못한 시청자 피해도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통상 1개 케이블사의 영업 권역 안에는 200개 정도의 방송구역(cell)이 존재한다. 미래부는 일시에 아날로그신호를 종료할 경우 대량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방송구역을 나눠 순차적으로 전환하게 할 예정이다.



 디지털TV를 보유하지 못한 가입자를 위한 대책도 마련된다. 협회는 아날로그신호를 종료하는 만큼 이들에게 별도의 컨버터(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장치)를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 때는 정부가 컨버터를 구매해 제공했었다.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미디어이용자센터장은 “시청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케이블과 지상파가 서로 다른 전송방식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봉지욱 기자



8VSB=8레벨 잔류 측파대(8-level vestigial sideband). 지상파방송에만 허용된 디지털방송 전송방식. 지상파는 셋톱박스가 없는 아날로그 케이블에서도 ‘7-1’ ‘9-1’ 같은 번호로 고화질(HD) 시청 가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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