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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오바마, 제2의 케네디 꿈꾸지만

중앙일보 2013.11.11 00:33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언 부루마
미국 바드대 교수
50년 전 이달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암살됐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는 미국의 위신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였던 걸로 보인다. 케네디의 미국은 수백만 명을 위해 자유와 희망의 편에 섰다. 미국은 우러러볼 수 있는 나라이자 하나의 모델이었고, 악으로 가득 찬 세계를 구할 선의 군대였다.



 미국인들이 젊고 유망한 또 다른 인물인 첫 흑인 대통령을 선출한 뒤 잠시 동안 미국은 60년대 초 누렸던 평판의 일부를 되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위신은 2008년 이래 상당히 떨어졌다. 국내 정치는 정쟁으로 혼란스러워졌다. 특히 공화당원들이 집권 초기부터 버락 오바마를 증오해 민주주의 자체가 손상된 듯했다.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악화됐다. 또 고속도로·교량·병원·학교는 낡아 갔다.



 외교정책에서 미국은 거리를 활보하는 불한당이거나 벌벌 떠는 겁쟁이 중 하나로 보인다. 예를 들어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처럼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조차 도청에 대해선 격노한다. 특히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다른 나라는 미국이 유약하게 보이는 것에 진절머리를 낸다. 이처럼 유감스러운 상황과 관련해 오바마나 무모한 공화당원들을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는 세계에서의 미국 역할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케네디에게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안겨준 것과 똑같은 이상주의가 국제사회에서 미국 명성의 하락을 이끈다는 사실 말이다.



 케네디는 강경한 냉전주의자였다. 그의 반공주의는 미국의 이상주의라는 말로 포장됐다. 그가 취임 연설에서 “자유 수호와 성공을 위해선 어떠한 대가도 지급하고 어떠한 임무도 마다하지 않으며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어떠한 친구도 지원하며 어떠한 적과도 맞설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미국이 자임한 전 세계 자유수호 임무를 위한 열정은 미국 자체가 아니라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훼손됐다.



 미국이 군사력으로 뭔가를 해방한다는 고상한 수사법은 훨씬 제한적으로 이뤄진 또 다른 전쟁에서 등장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네오콘이 쓴 말은 바로 케네디 시대에서 온 것이다. 민주주의 확산, 자유 옹호, 보편적인 ‘미국식 가치’의 적용 등이 그것이다.



 2008년 미국민이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유였던 미국의 이상주의는 또다시 수백만 명을 죽음과 방황으로 이끌고 있다. 지금 미국 정치인들이 ‘자유’를 말하면 사람들은 미국의 폭격작전, 고문실, 치명적인 무인 비행기의 지속적인 위협을 떠올린다.



 오바마의 미국이 가진 문제는 그의 모순적인 리더십에서 비롯했다. 오바마는 군대로 세계를 자유를 지키는 미국의 임무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이라크에선 이미 전쟁을 끝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곧 그럴 예정이다. 이란·시리아에선 전쟁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 미국이 세계의 모든 악을 해결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오바마는 연약하고 우유부단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지 못했다. 국내외의 감시활동에 대한 뉴스를 누설한 사람들은 체포됐고, 치명적인 무인 비행기의 사용이 늘었다. 심지어 공개된 전투 활동은 줄었지만 스텔스 전력은 강화·확산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미지는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오바마가 아니라 불필요한 전쟁을 벌이면서 너무 많은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미국의 이상주의는 그들을 지나치게 기대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세계도 미국에 종종 너무 많은 걸 기대했다. 이러한 기대는 실망으로만 끝낼 수 있다. ⓒProject Syndicate



이언 부루마 미국 바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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