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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떠난 가을, 배당주가 보인다

중앙선데이 2013.11.10 01:12 348호 20면 지면보기
종합주가지수가 2050을 넘는 데 또 실패했다. 2050에서 나올 매물의 상당 부분이 2000대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 선을 넘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강한 저항에 부딪쳤다. 만일 이번에 박스권을 뚫지 못한다면 연말까지 새로운 상승세가 나타나기는 힘들 걸로 전망된다. 주가가 전 고점까지 다시 한 번 올라갈 수는 있지만 이는 반등일 뿐 새로운 상승은 아닐 것이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최근 주식시장이 상승 탄력을 잃고 되밀린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수급이 급변했다. 8월 23일 시작된 외국인 순매수가 14조원을 정점으로 마무리된 후 매도세로 바뀌었다. 아직 매도 규모가 작아 시장을 끌어내리는 결정적 요인이라고야 할 수 없지만 수급 변화에 따른 신호 효과는 상당히 발휘하고 있다. 외국인이든 기관이든 매수를 지속하다 매도에 나설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두 배가 된다. 기존의 매수가 줄어든 부분에 매도 물량까지 더해지기 때문인데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주식시장에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

과거엔 외국인이 집중적인 매수를 끝낸 후 곧바로 매수를 재개한 경우가 없었다. 1차 매수를 통해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사게 된 요인 대부분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두 달 넘는 매수를 통해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인 이유가 대부분 가격에 반영됐다. 외국인의 매수가 다시 시작되기엔 국내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거나 다른 이머징 국가에 비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이 높다는 기존 매수 논리만으론 부족하다. 새로운 요인이 나와야만 하는데 당장 마땅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부진한 3분기 실적도 상승세 가로막아
3분기 실적도 상승을 가로막은 요인이다. 실적 발표가 끝난 159개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했다. 반면 순이익은 24.9조에서 21.2조로 15.1% 줄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격차가 더욱 커져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9.7%와 29.8% 감소한다. 실적이 시장의 기대는 물론 2분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자 상승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외국인 매수가 강할 때는 기업 실적의 영향이 약하게 나타났지만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위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적 둔화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면 4분기 실적이 좋아질 거란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일러스트 강일구
우리 시장의 상승 탄력이 선진국 시장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미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국내 시장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미국 주식시장이 24% 정도 오른 걸 감안하면 조만간 선진국 주가도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국내 시장의 상승 동력은 더 약해질 수 있다.

주가는 오를 수 있는 환경일 때 올라야 한다. 지금이 오를 수 있는 환경인가에 대해 이견이 있지만 괜찮은 환경이란 점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투자 심리가 상당히 호전된 데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주가가 오르지 못하면 악재가 발생할 때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연말까지 주식시장은 2000을 경계로 밀고 당기는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걸로 판단된다.

시장이 약세로 돌아섬에 따라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구사했으면 한다. 세 가지 전략을 생각할 수 있는데 우선 방어적인 종목들을 꼽을 수 있다. 음식료 같은 필수 소비재와 유통이 중심이 된 경기소비재, 화학·조선같이 낙폭이 큰 대형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조선· 화학주의 경우 3분기 실적이 괜찮을 걸로 예상해 주가가 움직였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상승세가 재개되려면 4분기 실적의 가닥이 어느 정도 잡혀야 한다. 산업 변수 동향 등을 놓고 볼 때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는 터무니없는 일만은 아닐 것 같다. IT·자동차 등 산업재는 비중을 늘리지 않았으면 한다. 둘 다 주가가 크게 올라 있는 상태로 추가 상승하려면 이익의 절대치와 증가율이 동시에 높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소비재, 낙폭 과다 대형주 주목해야
중·소형주에 대한 접근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대형주 상승이 마무리되면서 주식시장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한 수익률 게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증시 환경도 중·소형주에 우호적이다. 5월 이후 대형주 강세로,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데다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줄면서 작은 돈으로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투자 대상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배당주다. 시기상으로도 배당주에 투자할 때가 됐다. 배당이 확정되기 두 달 전부터 고배당 주식들의 주가는 오르곤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저금리로 인해 배당의 매력이 높아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 미국이나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시중 금리가 낮을수록 배당주가 다른 주식을 압도하는 형태가 나타났다. 우리 시장도 선진국을 닮아가고 있다. 올 들어 통신과 기간산업 주식들이 두드러지게 상승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이다.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금리가 높아지기 힘들기 때문에 배당주의 매력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마다 주식에 투자하는 패턴이 다르다. 대부분 주가 상승을 목표로 삼는 공격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안정적인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 금리의 높낮이가 비교 대상이 된다. 지금처럼 금리가 낮은 상황에선 배당주가 넘어야 하는 한계 역시 덩달아 낮아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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