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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일소일소 일로일로

중앙선데이 2013.11.10 02:24 348호 31면 지면보기
한 지인의 늘 미소 띤 얼굴이 궁금해 물었다. ‘평상시’ 표정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볼이나 입가 근육이 미소 짓느라 힘들진 않으냐고. 그가 여전히 눈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나도 원래는 늘 근엄했다. 오히려 험악한 얼굴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문득 이런 얼굴로 평생을 살 수는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한 번이라도 더 웃으려고 했다. 그렇게 몇 년 지나고 쉰 살이 넘으니까 자연스레 이렇게 되더라.

일소일소 일로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어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웃으면 복이 온다는 연구 결과는 수없이 많다. 1분만 웃어도 10분간 에어로빅을 한 효과가 있고, 15분 웃으면 2시간 동안 통증을 잊는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면역 체계 강화와 치매 예방,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웃을 때는 13개, 화낼 때는 63개의 얼굴 근육이 쓰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과학자마다 조금씩 의견이 다르지만 여하튼 웃음이 얼굴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덴 이견이 없다.

화내는 것만 노하는 건 아니다. 상대방에게 독설을 내뱉고, 일단 짜증부터 내며, 괜한 일에 신경질을 부리는 것도 노함의 또 다른 양태다. 서로 좋은 말과 미소를 주고받으며 살기에도 인생은 결코 길지 않은데 화내며 살 이유가 어디 있는가. 평생을 험상궂은 상으로 지내는 것도 보통 불행이 아니리라.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 통설도 믿을 게 못 된다. 욕먹는 직업의 종사자들은 과중한 스트레스 탓에 일반인에 비해 되레 수명이 더 짧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신문이나 방송에 등장하는 우리 사회 지도층의 얼굴을 보면 거의 한결같이 근엄한 표정들이다. 청와대나 정부에서 회의하는 모습, 여야 지도부가 회동하는 장면에서 웃는 얼굴을 찾아보기는 좀체 쉽지 않다. 미국·유럽의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웃는 얼굴 사진을 써달라고 언론에 부탁할 정도라는데, 문화적 배경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얼굴 표정부터 전투적일 까닭은 없지 않나 싶다.

굳이 정치권만 거론할 것도 아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각종 모임에서도 우리는 독설과 짜증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그 속에서 서로 크든 작든 마음의 상처를 주고받는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얼굴은 자기가 관리하는 거다. 평소 얼마나 웃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았는지 얼굴에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세상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남 탓만 하지 말고 내 얼굴 단속부터 할 필요가 있다. 오늘 시간이 나면 거울을 한번 보자. 내 얼굴은 과연 미소를 짓고 있는지, 내가 봐도 온화한 얼굴인지, 아니면 나와는 전혀 다른 내가 거울 속에 비치고 있는지. 웃음은 헤픈 것이란 편견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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