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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우정 사이

중앙선데이 2013.11.10 02:25 348호 31면 지면보기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와 최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서로 바빠 전화·문자만 주고받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식사하는 2시간 내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예전처럼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를 기대했지만 우리의 시간을 지배한 건 스마트폰이었다.

그가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은 건 두 번에 불과했다. 자기에게 오는 전화·문자는 물론 카카오톡 메시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답변했으며 심지어 페이스북까지 계속 체크했다. 나중엔 앱으로 바둑까지 두는 게 아닌가. 함께 식사하는 동안 그 친구의 얼굴을 똑바로 본 건 몇 번 안 된다.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만 생각날 뿐이다. 이 기괴한 경험은 우리가 기술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기술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에티켓은 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됐다.

독자들도 친구·가족이 자신보다 스마트폰이나 다른 전자기기를 더 선호하는 게 아닌가 느낄 때가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스마트폰과 경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나만 느끼는 건 아닐 거다. 그리고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은 인터넷·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1위이며 정보기술(IT) 수준도 뛰어나다. 무선인터넷은 거의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10명 중 9명은 전자기기를 통해 소통하는 특권을 누린다. 이런 연결혁명(revolution in connectivity)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너무 많다.

그래선지 회사·학교에서도 휴대전화 사용을 놓고 여러 가지 규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시점에서 몇 가지 단순한 질문을 하고 싶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타인을 방치하는 건 아닐까. 누군가와 소통을 한답시고 기본적인 예의조차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기술을 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기술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더 빨리 처리할 수 있고 언제 어디에서든 일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다. 회사 업무를 급하게 처리해야 할 때, 스마트폰이 있어서 큰 도움을 받은 적도 많다. 하지만 때론 내가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건 아닐까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잦아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 친구는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식사 시간 중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마치 ‘디지털 마약’에 빠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둘이서 짬짬이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그를 지배한 건 스마트폰이었다. 본인은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으쓱했지만 내가 볼 때 그가 스마트폰으로 한 일의 85%는 그다지 급한 업무 같지는 않았다. 역시 내 친구인 그의 부인이 “남편이 너무 스마트폰에 빠져 있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멀티태스킹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과 ‘예의 없는 것’은 다르다. 소통을 위한 기술이 오히려 사람들의 우정을 흔들리게 하고 인간 사이의 기본 예절을 망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는 상태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 우정을 되찾을 때가 아닐까. 사람을 만날 땐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볼 게 아니라 시간을 정해 놓고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체크하는 건 어떨까. 우린 전화를 할 때도 처음엔 “지금 통화할 수 있어요?”라고 묻지 않는가. 문자메시지라고 해서 정말 급한 내용이 아닌 이상 당장 답을 해야 하는 법은 없지 않을까. 나의 소중한 친구·가족이 기계에 불과한 나의 스마트폰과 경쟁관계에 놓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내 옆에서 함께 숨쉬고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수전 리 맥도널드 미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학사를, 하버드대에서 교육심리학 석사를 받았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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