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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천막당사 이젠 걷어라

중앙일보 2013.11.08 00:34 종합 34면 지면보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일까. 서울광장에 설치된 민주당의 천막당사는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남루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 하는 민주당의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오늘로 천막당사 100일을 맞았는데 의원들은 안 보이고 당번을 정해 천막을 관리하는 당직자들만 광장을 지키고 있다. 천막당사는 지금도 왜 나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민주당의 장외투쟁 때문에 설치됐다.



 장외투쟁을 선도하다 슬그머니 국회에 들어간 김한길 대표는 천막당사가 눈앞에 어른거렸는지 집에도 못 들어가고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밤잠을 잔다고 한다. 김 대표의 충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나 그는 여러 사람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당 대표가 불안정한 숙식을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다. 어떤 당직자는 ‘불규칙한 식사와 잠자리 때문에 위장병이 생겼다’고 호소하고 있다.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고통은 자업자득에 당내 문제로 치부할 수 있다 해도 천막당사의 불법성은 또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서울광장의 집회와 설치물은 모두 사전 신고에 의해 이뤄진다. 민주당 천막당사는 1주일 정도만 신고에 따라 적법성을 인정받았을 뿐 그 뒤로는 죄다 불법 무단점거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달 말까지 밀린 광장 점유료가 1100만원을 넘었다고 한다. 이런 무단점거가 이어지자 그제는 통합진보당까지 천막당사를 치겠다고 나섰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통진당이 ‘민주당의 천막은 괜찮고 통진당의 천막은 안 된다는 건가’라고 따졌다니 일견 그럴듯하지 않나. 모두가 ‘민주주의 큰 싸움’만 외쳐댈 줄 알지 ‘작은 준법의 중요성’은 우습게 아는 희미한 법의식에서 비롯된 일이다.



 민주당은 명분도 외양도 모두 남루해진 천막당사를 걷어가기 바란다. 애초부터 장외투쟁이란 것 자체가 잘못 끼워진 첫 단추였다. 장외투쟁을 중단할 때 당연히 철거했어야 할 천막당사를 그대로 둔 건 두 번째 잘못 끼운 단추였다. 김한길 대표도 천막당사에 미련을 버리고 집에서 정상적으로 숙식하기 바란다.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설 줄 아는 것도 큰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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